[박규완 칼럼] "경제학은 신학이 아니다"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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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02  |  수정 2023-11-02 06:55  |  발행일 2023-11-02 제22면
달달한 시장경제의 효용성

18세기말 1인당 소득 급증

그러나 만능열쇠는 아니야

복지·스포츠·지역균형 정책

시장 잣대 들이대는 건 무모

[박규완 칼럼] 경제학은 신학이 아니다
논설위원

# 사마천, 시장의 자율기능 통찰

'사기'는 사서(史書)의 성경으로 불린다. 그중 52명의 화식가(부자)를 다룬 화식열전(貨殖列傳)을 중국인들은 상경(商經)이라고 한다. 사마천은 화식열전에서 "물자의 유통 및 수요·공급 조절이 인간의 이익 추구와 시장의 자연지험으로 이루어지니 통치자는 이를 따르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애덤 스미스가 저서 '도덕감정론'(1759년)과 '국부론'(1776년)에서 언급한 '보이지 않는 손'의 데칼코마니다. 2천여 년 전에 시장의 자율기능을 꿰뚫어 본 사마천의 통찰력이 압권이다.

세계인들은 18세기 말 시장경제의 효용성을 만끽한다. 세계 1인당 소득이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산업혁명과 자유무역 확산이 티핑 포인트가 되면서다. 국가 간 교역은 국제분업을 촉진했고, 분업은 생산성과 기술 숙련도를 높였다. 글로벌 시장경제는 소득 증가와 풍요의 마법을 선사했다.

# 삼성 야구의 이유 있는 추락

삼성 프로야구의 연고지는 대구, 프로축구는 수원이다. 1위 기업답게 프로 스포츠 성적도 발군이었다. 삼성 라이온즈는 2011~2014년 내리 한국시리즈 4연패를 달성했다. 하지만 2014년 삼성 스포츠단의 운영 주체가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바뀌면서 변곡점을 맞는다. 제일기획은 스포츠단의 효율성과 자율성에 방점을 찍었다. 말이 좋아 효율·자율이지 본령은 구단 씀씀이를 줄이는 거였다. 스포츠에 시장경제 잣대를 들이댄 셈이다. 스타와 월척이 빠져나간 자리를 준척이나 신인들이 메웠고 결과는 순위 추락으로 나타났다. 2016년부터 4년 성적표는 9-9-6-8위, 올해도 8위다. 프로축구 수원 역시 K리그 A그룹(1~6위)에 들지 못한 채 바닥권을 헤맨다.

삼성 야구 추락은 한편으론 시장주의의 실패다. 평균자책점 4.60, KBO 리그 꼴찌. 이게 삼성의 현주소다. 불펜이 약하니 역전패가 많다. 제 몫을 하는 투수는 원태인, 뷰캐넌 정도다. '동네 야구'에서나 나올 법한 황당한 수비 실책도 곁들인다. 과감한 베팅으로 톱클래스 선수를 영입하고 체계적 훈련으로 유망주를 키웠더라도 이런 결과였을까. 드넓은 수비 범위, 준족에 3할 가까운 타율을 꾸준히 유지하는 리그 최고의 중견수 박해민은 왜 놓쳤나. 신임 이종열 단장 말마따나 선수 뎁스를 두텁게 하는 게 최대 과제다.

# 달빛고속철도 예타 면제 마땅

기획재정부가 달빛고속철도 예타 면제에 딴죽을 걸었다는데 전형적인 시장경제 논리다. 비용 대비 편익(B/C)이 0.483인 달빛철도는 예타 면제를 받지 않으면 추진 자체가 어려워진다. 달빛철도 특별법에 예타 면제를 담은 것도 이 때문이다. 경제성만 강조할 경우 인구밀도와 산업집적도가 낮은 지방 SOC 사업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달빛고속철도는 동서화합에 따른 국민통합, 양 지역 기업들의 시너지, 역세권 주민의 삶의 질 개선 등 계량화할 수 없는 파급효과가 심대하다. 달빛철도가 깔리면 대구~광주의 시공(時空)이 1시간 남짓으로 축약된다. 남부경제권 구축의 부스터 역할은 덤이다. 예타 제도의 실효성만 따질 계제가 아니다. 지역균형발전이란 더 큰 그림을 봐야 한다.

시장경제의 효용성은 달달하다. 그러나 만능열쇠는 아니다. 복지, 스포츠, 지역균형정책에까지 시장경제 셈법을 들이대려는 발상은 무모하고 위험하다. 시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진 않는다. 미국 이론경제학자 폴 새뮤얼슨의 말대로 "경제학은 신학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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