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여당의 즉흥적 정책 사조, 보수정권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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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10  |  수정 2023-11-10 07:00  |  발행일 2023-11-10 제27면

정부여당의 정책 급조(急造)가 잇따르면서 지나치게 즉흥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숙의 과정이 없고 당정이나 여당 내부에서조차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김포시 서울 편입이 대표적이다. '메가 서울' 구상은 국토균형발전, 지방 소멸 등 시대적 과제와 함께 논의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여당 대표가 일방적으로 발표를 서둘렀다. 국민의힘 소속 유정복 인천시장이 강력히 반대하는 이유도 사전 조율이 없었던 까닭이다.

공매도 전면 금지도 마찬가지다. 한 달 전 국회 국정감사 때만 해도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글로벌 트렌드에 맞지 않는다며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결국 여당의 압력에 굴복한 모양새다. 개미 투자자들을 보호하고 투자은행의 불법행위를 제재해야 하지만 굳이 투박한 방법을 택해야 했을까. OECD 국가 중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는 나라는 튀르키예뿐인데 우리가 동참하게 됐다. 정부가 공을 들여오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도 악재다.

한전 누적 적자 해소를 위해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한데도 정부는 대기업용 전기 말고는 동결했다. 일회용품 사용금지 역시 계도기간 종료 한 달 앞두고 급선회했다. 총선 표심을 의식했다는 의구심을 살 만하다. 정부 정책은 국민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찬반 논의와 사회적 공론화를 거치면서 다듬어져야 한다. 대통령 한마디에 방향이 수정되거나 선거용 대중영합주의는 위험하다. 보수의 이론적 기초를 세운 18세기 영국 정치학자 에드먼드 버크는 보수의 정체성을 '전통주의, 질서주의, 점진주의'라고 규정했다. 정부여당의 즉흥적 정책 사조(思潮)는 보수정권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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