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0일 오전 대구 중구 대안동의 한 쪽방에서 거주민이 패딩과 전기장판으로 추위를 버티고 있다. |
10일 오전 대구 중구 대안동의 한 쪽방. 이곳에서 거주하는 이윤덕(71)씨는 지난달 전기장판을 꺼냈다. 최근 부쩍 추워진 날씨 탓에 이씨는 집에서도 두꺼운 패딩 점퍼를 입고 있었다. 이씨는 "전기장판을 틀어도 창틀이나 천장에서 들어오는 한기 때문에 춥기는 매한가지다. 옷을 더 껴입는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부쩍 추워진 날씨로 대구 지역 쪽방촌 거주민들은 또다시 힘겨운 겨울나기를 준비하고 있다. 엘니뇨 영향으로 예년보다 따뜻한 겨울이 예상되지만, 급격하게 오르는 물가와 여전한 추위에 이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해 보였다. 이들은 영상의 날씨에도 전기장판과 패딩 등 임시방편으로 추위와 싸우고 있었다. 더 추워지면 어쩌나 걱정하면서도 매년 그랬듯이 올해도 이웃 쪽방 주민들과 함께 이겨내면 된다며 애써 웃음지었다.
이들은 한 평 남짓한 방에서 전기장판, 소형 온열 기구 등에 의지해 긴 겨울을 버틴다. 이마저도 전기요금 인상으로 1시간 이상 틀어 놓기엔 부담이다. 정부가 지난 1월 가정용 전기요금을 분기별 역대 최고 인상폭인 1㎾h(킬로와트시)당 13.1원 인상한 데 이어 지난 5월 1㎾h당 8.0원 인상하면서 쪽방촌 거주민들의 부담은 더 커졌다. 이씨는 "전기요금이 무서워서 장판도 40분 정도만 틀어 놓는다. 너무 추운 날에는 방에서 버티질 못해 찜질방에 가서 자곤 한다"고 말했다.
최근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이들의 겨울은 더 길고 추워질 전망이다. 물가는 오르지만 국가와 민간의 지원은 예년과 비슷해서다. 쪽방 생활 4년 차에 접어든 김현우(44)씨는 "최근 물가가 많이 올라 매달 20일 받는 기초생활수급비로는 한 달 버티기도 벅차다. 예전에는 한 달 정도는 버틸 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수급일을 3~4일 앞두고 다 동난다"며 "겨울철에는 무료 급식소에 사람이 더 많아져 기다리다 먹지 못하고 돌아올 때가 많다. 한 끼로 겨우 허기만 달래는 날이 부지기수"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김씨는 "매년하는 김장 행사도 올해는 배추값이 올라서 규모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들었다. 물가는 오르는데 지원은 그대로여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강정우 대구 쪽방상담소 사무국장은 "올겨울에는 경기가 어려워 나눔이나 지원 행사가 예년만 못해 걱정이 크다. 쪽방 거주민들의 따뜻한 겨울을 위해서는 지자체와 민간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고 했다.
한편, 대구 쪽방상담소에 따르면 2023년 9월 기준 대구지역 내 쪽방 거주민은 총 578명이다. 이들이 거주하는 쪽방 건물은 66개소에 달한다.
글·사진=김태강 수습기자 tk11633@yeongnam.com

김태강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