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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일 논설실장 |
"삼성은 옛 대구국제공항이자 K2 공군기지 100만 평에 삼성전자 수원 본사에 버금가는 연구개발(R&D)시설을 구축기로 했다. 미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의 구글 본사 같은 캠퍼스를 지향한다.
대학 캠퍼스 같은 기지다. 삼성은 K2 나머지 부지에 제2 에버랜드도 검토 중이다. 이로써 대구국제공항의 군위·의성 이전 추진 10년 만에 공항 후적지 프로젝트가 완성되면서 대구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갖게 된 것으로 평가된다."
가짜 뉴스는 아니다. 대구를 무척 사랑하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7~8년쯤 뒤의 대구 희망을 담아본 미래 뉴스라 할까. 그도 그럴 것이 삼성그룹 관계자들이 대구를 찾았다는 소식이 들렸다.
대기업 유치란 수십 년 '희망 고문'의 반복일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모양이 좀 달라 보였다. 삼성글로벌리서치(전 삼성경제연구소) 상생연구담당 김완표 사장과 최승훈 삼성전자 부사장 일행이 홍준표 시장을 면담하고 K2 주변도 둘러봤다.
삼성그룹 측이 대구에서 비즈니스 현장을 직접 확인한 것은 아마 20여 년 만에 처음일 게다. 삼성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구 삼성상용차를 철수시킨 뒤 대구와의 비즈니스를 사실상 끊었다.
한때 삼성바이오로직스 유치를 놓고 말들이 오갔지만 대구에 희망 고문 하나만 더 보탠 기억이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대구에 제대로 된 공항이 없다는 이유로 수도권 인천으로 갔다.
글로벌 그룹 삼성과 대구의 인연은 이제 역사가 됐다. 이병철 창업주는 1938년 대구에서 삼성상회 문을 열었다. 삼성은 이를 근거로 대구를 그룹 탄생지로 공식 인정한다. 그의 아들 고(故) 이건희 회장은 대구에서 태어났고 생가도 보존돼 있다.
삼성라이온즈 야구팀도 대구 연고다. 그 오랜 인연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위상에 걸맞은 사업장은 현재 대구에 전무하다. '삼성이 대구에 오면' 하는 희망은 2010년 이병철 탄생 100주년 기념 동상을 옛 제일모직 부지에 세우게 했다.
영남일보는 당시 '의령(이병철 생가)에서 대구까지'란 탐방프로젝트를 기획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지방시대를 기치로 기회 특구·교육특구 같은 안을 내놓고 있다. 수도권 초집중 속의 그나마 위안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나 말의 성찬, 공수표란 느낌도 없지 않다.
결국은 기업 유치 같은 '현찰 콘텐츠'가 필요한데 수십 년째 공허한 메아리가 됐다. 지쳤다고 할까. 그래서 대구는 차라리 자생한 지역의 스타 기업, 중소기업을 키우는 쪽으로 가자는 주창도 나온다.
미국 텍사스에서 온 친구는 요즘 텍사스 어스틴이 정말 잘나간다고 했다. 이유인즉,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본사가 캘리포니아에서 이곳으로 옮겼기 때문이란다. 캘리포니아 세금이 너무 비싸 열을 받은 머스크가 결단했다나. 엄청난 공장과 비즈니스 공간을 만들어 텍사스 전체가 들썩인다고 한다.
강남역과 수원에 본사를 포진시킨 삼성에 대구에 옮겨달라는 읍소를 하자는 건 아니다. 삼성은 올 초 60조 원에 달하는 비수도권 투자 계획을 밝혔다. 300조 원 수도권 투자에는 족탈불급이나 기대는 있다.
만약 삼성이 K2에서 뭔가를 벌인다면 그건 진짜 대구의 미래 혁신이 될 게다. 홍준표 시장이 신공항 특수법인(SPC)에 삼성을 참가시키고, 삼성 콘텐츠를 후 적지에 유치한다면 업적이 될 것이다.
꿈은 간절해야 한다고 했던가. 삼성의 수구초심을 믿고 이번에도 한 번 희망을 고문해 볼까 한다. 삼성이 마침내 대구로 귀환하는가.
박재일 논설실장 park11@yeongnam.com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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