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대한민국 축소판 된 프로야구판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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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15 07:01  |  수정 2023-11-15 07:02  |  발행일 2023-11-15 제26면
올해로 3년째 수도권 KS 등
가을잔치 비수도권 소외 가중
지역간 순위 양극화 심화돼
사회문제된 수도권 비대화
프로야구선 고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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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천 체육부장 겸 NFT 팀장

LG트윈스가 29년 만에 한국시리즈를 우승하면서 올해 프로야구가 막을 내렸다. 가을야구로 불리는 프로야구의 포스트시즌은 선수들의 도전과 열정, 투혼이 어우러져 다양한 스토리를 만들면서 많은 감동을 주고 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프로야구의 축제인 가을야구에 참여하는 팀들을 보면 한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10개 구단 중 5개 팀이 참여할 수 있는 포스트시즌에 비수도권 팀의 흔적이 갈수록 희미해져 가고 있는 것이다.

KBO리그는 수도권 구단(SSG, 키움, LG, kt, 두산)과 비수도권 구단(KIA, 롯데, NC, 삼성 라이온즈, 한화 이글스)이 각 5팀씩이다. 비수도권 구단(지방구단이라는 말은 쓰지 않겠다)은 2019년 이후 최근 5시즌 연속 단 한 팀만 포스트시즌에 참가했다. 2019년과 2020년 NC, 2021년엔 삼성, 지난해 KIA에 이어 올해는 NC뿐이었다. 비수도권 팀 중 롯데와 한화는 각각 2017년과 2018년이 가장 최근의 포스트시즌이었고, 이후로는 계속 구경꾼에 머물고 있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5개팀으로 재편된 2015년만 해도 삼성과 NC가, 이듬해에도 NC와 KIA가 가을잔치에 초대받았다. KIA가 통합우승한 2017년에는 롯데와 NC까지 세 팀이 가을야구를 함께 치렀다. 삼성 왕조가 끝난 뒤, 비수도권 구단의 한국시리즈 우승도 2017년 KIA와 2020년 NC가 전부다.

특히 2021년 이후 3년째 한국시리즈는 모두 수도권의 '지하철 시리즈'로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프로야구 성적표에서 수도권 구단의 '상위권 쏠림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올해도 만약 NC가 없었다면 가을야구는 서울과 수원, 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서만 열렸을 것이다.

프로야구 초창기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해태와 삼성, 롯데, 빙그레 등 지방 구단이 좋은 성적을 냈다. 1991년과 1992년에는 지방 팀들끼리만 '가을 잔치'를 즐겼다. 최근엔 삼성이 2011년부터 4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제패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야구 유망주의 '수도권 집중'과 무관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들어 실력 좋은 아마추어 선수들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선호하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팀들의 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입증하긴 어렵지만 비수도권 팀이 안아야 하는 물리적 페널티도 만만치 않다. 수도권에 밀집해 있는 팀들은 매 시즌마다 이동거리에 있어 이점을 가진다는 것이다. 실례로 올 시즌 부산 연고의 롯데의 이동거리는 9천㎞에 육박한다. 반면 수원 연고의 KT는 6천㎞ 남짓이다. 4월부터 10월까지 무려 144경기를 치르는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 이 같은 이동거리 차이가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을까.

프로야구의 인적·물적 자원 수도권 집중화 모습은 우리나라의 수도권 비대화 상황과 묘하게 매치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 국토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몰려 있다. 100대 기업의 본사 열 곳 중 여덟 곳이 수도권에 위치하고, 취업자 과반이 집중돼 있다.

수도권과 지방 간 극심한 불균형은 사회 통합을 저해하고 경제 성장의 동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프로야구판도 마찬가지다. 비수도권 연고팀이라는 것이 페널티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은 프로야구단들이 지난해부터 신인 전면 드래프트 시행을 시작으로 문제점 개선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위안이 되고 있다.

야구를 소재로 한 드라마에서 주인공은 "지방구단도 못 하는 만큼만 지고 싶다"는 말을 했다. 비수도권 팀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는 말이다.

홍석천 체육부장 겸 NFT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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