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슈링크플레이션

  • 장준영
  • |
  • 입력 2023-11-16  |  수정 2023-11-16 07:02  |  발행일 2023-11-16 제23면

"어, 양이 좀 줄어든 것 같은데?" 고물가 시대가 지속되면서 가격 인상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실질임금은 오히려 하락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여서 가성비를 따져보고 이리저리 비교한 다음 구입하는 '피곤한 소비'를 강요당하고 있다. 일단 가격이 안 오른 것에 만족하고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용량이 줄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상당한 배신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은 핫도그·만두·김·유제품 등 주로 먹거리에서 발생한다.

영국의 경제학자 피파 맘그렌은 '줄어들다'라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로, '슈링크플레이션'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식품업체나 식당에서는 가격을 올리는 것보다 양을 조금 줄이면 주목을 덜 받으면서도 가격 인상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정부가 생활물가의 안정을 위해 인상 자제를 당부하는 상황에서 잇따르고 있는 일이다. 원재료와 인건비 등이 전부 오르고 있는 만큼 업체로서도 답답할 노릇이겠지만 차라리 정직했으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도 지난해부터 이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면서 소비자들의 주의를 환기하고 있고, 프랑스의 대형 할인체인점 까르푸의 경우 지난 9월 가격인하 없이 용량이 줄어든 제품에 '슈링크플레이션' 스티커를 부착하기도 했다. 기업들이 제품용량을 줄여도 이를 소비자들에게 알릴 의무가 없는 게 우리 현실이다. 정부가 소비자들의 우려를 업계에 전달하고 유념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으니 지켜볼 일이다. 장준영 논설위원

기자 이미지

장준영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