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칼럼] 혁신은 지난하다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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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16  |  수정 2023-11-16 07:03  |  발행일 2023-11-16 제22면
기업 '생존 방정식'도 혁신

무풍지대 국회 특권에 포획

국힘 '험지 출마'案은 표류

기득권 관성 깨야 변화 가능

인요한 혁신위 동력 있을까

[박규완 칼럼] 혁신은 지난하다
박규완 논설위원

일본은 장수기업의 나라다. 200년 넘게 존속하는 기업이 3천개, 100년 이상 된 기업은 5만개나 된다. 전 세계의 장수기업을 다 합쳐도 일본보다 적다. 노무라 증권이 일본기업의 장수 이유 네 가지를 꼽았다. 첫째, 긴 호흡으로 멀리 내다보고 경영한다. 단기 이익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둘째, 본업에 충실한다. 문어발 경영과는 거리가 멀다. 셋째는 윤리경영. 그야말로 'I am 신뢰'다. 그래도 장수기업의 핵심 키워드는 끊임없는 '혁신'이다. 미국은 혁신의 나라다. 1994년의 인터넷 혁신, 2008년 애플의 모바일 혁신, 오픈AI가 주도한 생성형 AI 혁신이 모두 미국에서 이루어졌다. 스티브 잡스는 자주 혁신의 아이콘으로 꼽힌다.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된 서적 중 '혁신'을 담은 책이 300가지가 넘고, 교육목적에 '혁신'을 포함한 경영대학원 비율이 28%에 이른다. 대기업의 43%는 혁신담당 임원을 두고 있다.

혁신은 이미 기업의 '생존 방정식'이다. 정작 혁신이 일어나야 할 곳은 우리 정치판이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여전히 200개 가까운 특권에 포획돼 있다. 여의도가 혁신 무풍지대였다는 방증이다. 항공기 비즈니스석, KTX 공짜는 맛보기다. 국고 지원을 받고도 후원회, 출판기념회를 통해 정치자금을 모금한다. 거짓말까지 방어해주는 면책특권도 누린다. 불체포특권은 형사사법 칼날을 막아주는 방탄조끼다.

국회의원은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등 9명의 보좌진을 둘 수 있다. 의원 세비, 업무 추진비, 차량 유류비, 보좌진 급여를 포함하면 의원 1인당 연간 7억원 넘는 국민세금이 들어간다. 가성비 최악의 집단이란 비판이 나올 만하다. 의원들은 1년에 1억5천만원, 선거가 있는 해엔 3억원까지 모금할 수 있다. 게다가 15% 이상 득표하면 선거비용 전액을 국고에서 환급받는다. 써도 또 생기는 '화수분'이다. '선거 재테크'가 가능한 구조다.

혁신은 지난(至難)하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는 '대사면'을 1호 안건으로 던졌지만 김재원 전 최고위원만을 위한 얄궂은 사면이 되고 말았다. '중진·친윤 험지 출마' 혁신안은 붕 떠 있는 상태다. 주호영 의원이 대구 고수 의사를 밝혔고 장제원 의원도 거부했다. 김기현 대표는 "당 리더십을 흔드는 급발진"이라며 혁신위에 태클을 걸었다. 전권을 주겠다더니…. 기득권의 항력(抗力)이다. '희생' 콘셉트 혁신안은 최고위에서도 의결이 유보됐다. 혁신위가 제안한 △불체포특권 등 의원 특권 포기 △구속될 경우 세비 전면 박탈 등은 눈여겨볼 개혁 조치로 평가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여의도를 지배해온 '정치 문법'을 바꾸지 않고는 실현 불가능하다.

'외부에서 힘이 작용하지 않으면 운동하는 물체는 계속 그 상태로 운동하려 하고, 정지해 있는 물체는 계속 정지해 있으려고 한다'. 뉴턴의 제1 법칙이라고도 하는 관성의 법칙이다. 지시식변(知時識變). 때를 알고 변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변하려면 관성을 깨야 한다. 그러려면 내부 추동력과 외부 충격이 함께 필요하다. 이준석 신당이 외부 충격이 될지도 관전 포인트다. 신당의 경쟁력이 국민의힘 공천 혁신의 단초가 될 수 있어서다. 내부 추력(推力)은 혁신위 몫이다. 인요한 혁신위의 성공 관건은 '용산 패권' 구도 혁파와 공천룰 개혁이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도 중요하다. '궁극의 파워'를 넘어설 동력과 강단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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