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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 9일 여의도 당사로 향하며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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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우택 국회부의장이 연 '광복 100주년의 꿈, G3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 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살얼음판을 걷는 듯하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를 둘러싸고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혁신위가 던진 '험지 출마론'을 놓고 갈등 양상이 커지는 모습이다. 혁신위 조기 해체설까지 불거지고 있다. 자칫 혁신위가 공중분해될 수도 있다.
혁신위 조기 해체된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지도부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 내년 총선 승리도 힘들어지게 된다.
현재 당 지도부와 친윤(친윤석열) 인사는 혁신위의 인적 쇄신 권고안에 전혀 부응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혁신위를 향해 경고의 메시지를 날리며 애써 무시하고 있다.
혁신위는 지도부의 의중과 상관없이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15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소신껏 맡은 임무를 거침없이 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인 위원장은 "한 열흘 전에 제가 여러 사람을 통해서 (대통령을) 뵙고 싶다고 했는데,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연락이 온 건 아니고 돌아서 온 말씀이 '만남은 오해의 소지가 너무 크다, 그냥 지금 하는 것을 소신껏 끝까지 당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거침없이 하라'는 신호가 왔다"고 했다. 혁신안과 관련, "(대통령이) 개입을 전혀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도 전달받았다"고 했다.
인 위원장은 '당 지도부·중진·친윤(친윤석열) 인사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 권고안에 대해 "조만간 움직임이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나는 의심의 여지가 하나도 없다"며 "그래서 좀 기다리는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까지 내세우며 인적 쇄신의 동참을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조기 해체를 거론한 혁신위원도 있다. 오신환 혁신위원은 KBS 라디오에 출연, 혁신위의 조기 해체 관련한 부분에 대해 자꾸 얘기가 있는데 혁신위가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하면, 스스로 그것(혁신위)을 해체하는 것"이라며 "당이 혁신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때 할 수 있는 일은 그것(조기 해체) 밖에 없지 않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의 험지 출마 요구에 친윤 핵심 장제원 의원이 반대하고 있다는 질문에는 "민심의 큰 흐름을 거스르기 어렵다고 본다"며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본인들 스스로 결단할 시간이 지금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혁신위의 인적 쇄신 드라이브에 지도부는 못 마땅해 하고 있다. 친윤 인사들은 대놓고 반발한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 활동에 대해 "정제되지 않은 발언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또 그것이 번복되거나 혼선을 일으키는 모습은 혁신을 위해서도, 당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또 "혁신위가 당의 체질을 개선하고 당의 면모를 일신하기 위해서 발전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으로 생각하고, 당연히 존중한다"면서도 "총선은 단편 예술작품이 아니라 종합 예술작품이다. 당을 중심으로 지도부가 총선을 종합 예술 차원에서 잘 지휘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김기현 지도부 해체'나 '혁신위의 비대위 전환' 관측을 일축한 셈이다.
장제원 의원은 지난 주말 자신의 외곽조직 '여원산악회' 창립 15주년 기념식에 서 "알량한 정치인생 연장하면서 서울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구 5선' 주호영(대구 수성갑) 의원도 "절대 (서울) 갈 일 없다"며 했다. 혁신위의 험지 출마 요구에 대한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국민의힘에선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당초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해놓고 갈수록 '딴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에 "혁신위는 당 대표가 잘못했기 때문에 만든 것"이라며 "혁신위원회에 전권을 주고 영입했는데 당 대표가 혁신위를 비판한다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제 마음에 안 든다고 당 대표가 혁신위 활동을 제한하고 감시한다는 건 자기 부정"이라며 "혁신안을 수용하고 당을 새롭게 하라. 그래야 그나마 내년 총선이라도 해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초선 의원은 "혁신위 권고안에 대한 빠른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 (지도부, 친윤, 중진) 대부분이 한 달 정도 더 버티려고 하는데,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인 위원장이 제시한 '험지 출마' 데드라인을 정기국회가 끝나는 12월 초로 보고 있다. 정기국회가 마무리되면 본격적인 총선 모드에 돌입한다. 12월 12일부터는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다. 총선 체제로 전환되면 인적 쇄신 당사자들의 입장이 자의든 타의든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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