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전환, 지방시대 Ⅱ대구·경북 생존보고서] "무색무취 대구경북…'I ♥ NY' 같은 마케팅 전략 절실"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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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21 07:20  |  수정 2023-11-21 07:47  |  발행일 2023-11-21 제4면
일간지 기사 연관 검색어 분석
TK·재해 등 연관어 탈피하려면
시민이 인정하는 브랜드 만들고
대외 이미지 모니터링 지속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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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DB〉·그래픽=장수현기자 jsh10623@yeongnam.com
외지인들이 '대구' 또는 '경북'을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단어는 무엇일까. 명확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게 정답이다.

실제 빅데이터 분석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빅데이터 분석 사이트 '빅 카인즈'를 통해 올해(1~11월) 보도된 중앙일간지(경제지 포함) 기사 분석 결과 '대구'의 연관 검색어 1위는 '경북', 경북은 '대구'였다. 사실상 무색무취의 결과인 셈이다. 그나마 대구는 홍준표 대구시장이나 이준석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같이 정치 인사들이나 'TK'(대구경북)와 같은 단어가 순위에 있었다. 경북은 산사태, 인명피해, 사망자 등 자연재해로 인한 부정적 단어들이 많았다. 중앙 언론을 읽는 독자들은 정치 또는 자연재해로 지역을 떠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다.

도시 브랜드의 중요성은 해외사례를 통해 잘 알 수 있다. 미국 뉴욕의 경우 1977년 '아이 러브 뉴욕(I Love New York·I♥NY)'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뉴욕이라는 인식을 바꿔놓았다. '아이 러브 뉴욕'은 당시 맨해튼이 위치한 뉴욕 시티 외에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던 나머지 뉴욕주를 홍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브랜드다. 이 로고는 뉴욕주 전역의 기념품 가게와 책자, 노래까지 등장해 뉴욕을 '세계적 문화의 중심 도시'로 성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Amsterdam) 역시 영문 철자를 활용해 'I Am sterdam'이라는 도시 브랜딩에 나섰고, 창의적·혁신적 도시라는 점을 부각했다. 암스테르담은 이를 통해 기업 및 국제 인재, 관광객 유치에 효과를 톡톡히 맛봤다.

현재 대구와 경북 모두 도시를 대표할 만한 상징적인 '브랜드'는 보이지 않는다.

특히 대구의 경우 관광 또는 산업에서 아직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다. 홍준표 대구시장 취임 이후 대구의 신성장동력이 만들어지는 단계·시기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미흡한 실정이다. 대구의 관광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인프라가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뭔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준다. 대구는 서울을 제외하고 6대 광역시 중 가장 많은 국가지정문화재(110점)를 보유하고 있다. 유네스코 등재 유산인 '도동서원'과 '국채보상운동 기록물'도 있다.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로 선정된 문화관광도시이기도 하며 수도권 못지않은 공연 인프라도 가지고 있다. 경북 역시 '천년고도' 경주라는 국내 최고의 역사 문화를 보유하고 있으며, 산업 분야에서도 포항의 2차전지 산업과 구미의 반도체, 방산 산업이 지역을 넘어 한국을 대표한다. 도시 홍보나 브랜드화의 필요성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찾아오는 지역을 만들기 위해서는 '도시 브랜드'를 키워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노수경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도시 브랜드는 도시의 차별성을 보여주는 마케팅의 수단이자 개성을 표현하는 방식"이라며 "도시 브랜드는 내부에서부터 밖으로 표출되어야 진정한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즉, 시민이 원하고, 이해하고, 지향하는 도시의 방향성이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시민이 인정하는 도시 브랜드는 외부인에게 관심을 끌게 마련이고, 시민이 즐기는 것들이 곧 외부인들이 지역을 찾게 되는 출발점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관(官) 주도의 마케팅 전략은 유행을 따라갈 수 없는 공급자적인 입장에 불과하다"면서 "도시는 인위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치기보다 도시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시민이 도시에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는지 끊임없이 모니터링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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