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결혼식 단상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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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24 06:51  |  수정 2023-11-24 06:51  |  발행일 2023-11-24 제27면

옛 은사나 직장의 높으신 분, 인생 선배 등 비교적 근엄한 분을 주례로 모시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 치렀던 것이 불과 십몇 년 전의 결혼식 모습이었다. 지금은 주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축사나 덕담을 신랑이나 신부의 부모들이 하는 경우가 일반화됐다. 또 빠지지 않는 것이 축가를 부르는 순서다. 여기에 신랑과 신부의 성장 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코너도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했다.

결혼식의 꽃은 아름답게 치장한 신부의 입장이다. 꽃이라는 표현에 반감을 품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결혼식의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인 것은 틀림없다. 보통 신부 아버지가 딸의 손을 잡고 입장해 사위가 될 신랑에게 손을 건네준다. 이 과정에서 눈물을 보이는 아버지가 상당하다고 한다. 잘 자라줘서 고마운 것도 있고 품을 떠난다고 하니 서운함도 있어 뭉클한 감정에 눈물을 비추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신랑이 혼자 입장하는 것처럼 신부도 혼자 걸어 들어가기도 한다. 딸의 손을 건네주는 행위가 남성 우월주의의 구시대적 산물로 봐서다. 좀 철이 없는 소견이라는 생각이 든다. 애지중지 키운 딸을 가족의 대표로 아버지가 새로운 식구가 된 사위에게 잘 부탁한다는 의미로 함께 입장해 두 사람이 손을 잡게 하는 것을 요즘 젊은 사람들은 마치 딸을 인계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심하게 말해 여성을 상품 취급하는 구시대적 사고로 본다.

인구절벽의 시대에 결혼하는 것만으로도 축복이고 지구인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주례도 없고 딸의 손을 잡고 입장도 못 하는 세월이지만 결혼식은 즐거운 행사다. 이러한 경사에 형식이나 절차는 사실 그리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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