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판사 다 실형 구형되는 날 민주주의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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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28  |  수정 2023-11-28 07:07  |  발행일 2023-11-28 제23면

공수처가 어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고발 사주' 의혹 재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 검사에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이어 같은 법원에서 열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는 징역 7년이 구형됐다. 확정판결이 난 것은 아니어서 단정하긴 이르지만 판·검사의 일련의 행동들이 사회적·법적 논란으로 비화한 것만으로도 공동체의 기반을 흔드는 일이다.

판사와 검사의 권한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권력과 다르다. 재판권과 수사권을 지닌다. 죄를 묻고 총체적·최종적 판단을 내리는 공동체 하이어라키(Hierarchy·계층)의 최상위 권력이다. 다른 어떤 권력도 누리지 못하는 절대 권력이다. 민주주의는 판·검사에게 이런 최고의 '판관(判官)' 권한을 부여했다. 단, 조건이 있다. '공정'과 '양심'에 따라 '정의'를 구현한다는 전제다. 이런 민주주의 가치와 사회적 합의가 훼손됐다는 것이 이번 재판의 핵심 관점이다.

야권에선 손 검사와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과의 연관성 의혹을 제기한다. 손 검사를 감찰하고서도 무혐의 종결한 것이나, 검사장 승진까지 한 것을 의심한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어제 "대한민국 법정이 간첩 피고 놀이터가 되고 있다"면서 "진보 판사 판단 탓"이라고 공격했다. 판관 불신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뜻한다. 스스로 제어 못한 수사·재판권이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일탈하는 건 막아야 한다.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일벌백계의 처벌이 당연하지만, 일정 기간 공직선거 출마 및 정무직 취업 제한 규정으로 자물쇠를 채우는 강한 조치도 논의할만하다. '판관'이 외눈으로 세상을 보는데 익숙한 '정치'에 한눈파는 걸 원천 차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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