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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 '젖은 회화(Wet Painting)'<갤러리CNK 제공> |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는 작은 것들에 예술적 가치를 부여하는 최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신작 '젖은 그림' 시리즈와 또 다른 신작 '7월' 시리즈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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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 '칠월(July)' |
전시명 'Illusion of an illusion'은 AI(인공지능) 등 신기술이 등장하며 예술과 기술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요즘 미술의 환영과 실제에 대한 최 작가의 고민을 담은 것에서 비롯됐다.
최 작가는 "내가 느끼는 현재성을 작품에 담고자 고민하다 보면 '미술의 방법과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AI 등에서 비롯된 미술과 미술적 방법의 혁명적 변화 앞에서 삶의 리얼리티를 나타내려 한 고민은 미술과 예술의 의미에 대한 질문으로 돌아온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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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 작가가 갤러리CNK에 전시된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
'젖은 그림' 시리즈는 말 그대로 젖은 캔버스 위에서 작업한 것이다. 젖은 천과 종이는 그려지는 모든 자국들을 흐리고 번지게 한다. 최 작가가 칠한 물감은 작업 중 허무하게 사라져 버리는 듯 하지만 반복 페인팅을 통해 서서히 형태를 갖춰나간다. 최 작가는 "남은 형상들은 그림을 그렸다기 보다는 작업 중 '생존'한 것이다. 많은 것들이 사라지는 세상 속 어떤 것이라도 남아 있다는 것이 희망"이라고 말한다.
'7월' 시리즈는 충북 영동군 노근리의 미군 총탄 흔적을 형상화한 것이다. 최 작가가 경부선 열차를 타고 여행하던 중 유달리 아름다웠던 마을에 대한 기억에서 이 시리즈는 출발한다. 아름다운 풍경과 향기로운 포도 과수원 사이로 굴다리가 보이는데, 그는 나중에서야 이곳이 6·25 전쟁 중 양민학살이 일어난 장소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작품 속 별자리 처럼 보이는 작은 원들은 노근리에 자리한 실제 총탄 자국의 위치와 같다. 최 작가는 "시각적 정보만 보면 동그란 그림이라고 볼 수 있는데, 역사적 배경을 보면 다르게 보인다"며 작품을 보는 이로 하여금 많은 생각에 빠지게 만든다.
최선 작가는 "대구와 부산 등 지역 곳곳에서 전시회를 가지며 한국 현대미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여정을 이어오고 있다. 서양미술을 배웠지만 한국미술을 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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