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문화예술과 자본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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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01 07:01  |  수정 2023-12-01 07:01  |  발행일 2023-12-01 제26면
네덜란드의 최고 전성기와
렘브란트 활동 시기는 일치
자본 없는 문화예술은 한계
일각에선 지역경제 위축에
문화예술 쇠락할라 위기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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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훈 문화부 선임기자

대구미술관에 가면 네덜란드의 세계적 화가 렘브란트 판 레인(Rembrandt van Rijn, 1606~1669)의 동판화 작품 120여 점을 볼 수 있다. '렘브란트, 17세기의 사진가'展(전)이 내년 3월17일까지 대구미술관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렘브란트보다 한참 후대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Willem van Gogh, 1853~1890)가 1885년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렘브란트는 너무 깊게 신비로워서 어떤 언어로도 표현할 수 없는 말들을 해. 렘브란트는 정말 마술사라 불릴 만한 인물이야"라고 적었을 정도로 렘브란트는 서양미술 역사상 가장 위대한 화가 중 한 명으로 꼽히기에 이번 전시에 더욱 눈길이 간다.

대구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렘브란트 동판화 소장자이자 수집가인 렘브란트 순회재단 얍 멀더스 대표의 자부심도 컸다. 얍 멀더스씨는 해당 전시 개막일 전날 기자와의 만남에서 "렘브란트의 작품은 진정한 예술의 결정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그의 작품에는 특유의 DNA가 있다"면서 렘브란트 작품을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흥미로운 점은 네덜란드의 최전성기와 렘브란트의 활동 시기가 일치한다는 것. 당대의 유럽은 대양을 누비며 세계의 부를 끌어모으고 있었고 그 중심에 네덜란드가 있었다. 대항해시대 그들의 영향력은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서기 겸 선원으로 1653년 제주도에 표류한 헨드릭 하멜(Hendrik Hamel, 1630~1692)의 '하멜 표류기'로도 남아있다. 현재 세계 경제·문화의 중심인 미국 뉴욕(New York)의 옛 이름 역시 '뉴 암스테르담(New Amsterdam)'이었을 정도로 영국이 해양세력의 선두로 오르기 전까지 네덜란드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네덜란드의 전성기를 되새기며 문득 이탈리아의 르네상스도 떠올랐다. 지중해 무역을 통해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서 막대한 부를 일궈냈던 이탈리아 피렌체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문화예술을 복원하려 했고, 과거 신(神) 중심의 중세 문화예술과 다른 면모를 보여주었다. 특히 이탈리아의 메디치 가문은 그들이 축적한 부를 활용해 수많은 예술가들을 후원하며 서양 문화예술의 부흥에 기여했다.

대한민국 근현대미술 발상지인 대구 역시 낙동강을 중심으로 영남의 사람과 물자가 모여들며 전성기를 누렸고, 산업화 시대 섬유산업으로 고도성장했지만, 현재 대구의 위상은 과거만 못하다는 의견이 많다. 일각에서는 지역경제 위축이 문화예술의 쇠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퍼지고 있다. 이미 대구는 인구 규모에서 국내 3대 도시의 위상을 내어준 지 오래이며, 신공항 건설과 최첨단 고부가가치 산업 유치는 지역의 사활을 건 사명이 됐다.

'케이컬처(K-Culture)'의 영향력이 세계로 뻗어가고, 지역 출신 몇몇 아티스트들도 명성을 얻고 있지만 대구에서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다. 한 국가나 지역의 경제력과 문화적 역량이 무조건 일치한다는 시각에는 무리가 있지만, 자본 없는 문화예술 진흥은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대구가 문화예술의 향기로 가득한 도시가 되길 기원한다.

임훈 문화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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