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칼럼] 신당의 계절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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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30  |  수정 2023-11-30 07:04  |  발행일 2023-11-30 제22면
이낙연 신당 가능성 열어둬

4·10 총선 4파전 구도 되나

양당 카르텔 깰 동력 있을까

극적 장면 자민련 '녹색 돌풍'

3김·안철수 신당 여의도 안착

[박규완 칼럼] 신당의 계절
논설위원

총선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신당 소문이 정가를 배회한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신당설에 가세했다. "여러 갈래의 모색이 있지요. 국가를 위해서 제가 할 일이 무엇인가를 항상 골똘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28일 백범김구기념관). 창당을 묻는 기자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신당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 비명계의 '간판'이란 점에서 이낙연 신당은 양당 총선 구도에 균열을 일으킬 휘발성이 잠재한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전우들의 시체 위에서 응원가를 부를 수 없다"고 말했다. 비명계 공천 학살이 창당의 동력이라는 함의로 읽힌다. 창당 시계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 실제 이낙연계 원외 인사들이 주도하는 '민주주의실천행동'은 시민 발기인 모집에 들어갔다고 한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미 루비콘강을 건넜다. 갈리아 회군은 불가능하다. 이낙연 신당이 가시화되면 이준석 신당과 함께 4파전 구도를 형성한다. 4파전? 감칠맛 총선을 예고하는 스펙터클한 시나리오다. 신당이 진보와 보수 세력의 분화라는 점에서 예측불가나 박빙의 선거구가 확대될 개연성이 높다. 중도·무당층, 스윙보터의 몸값도 높아진다. 각 당의 구애 전략과 필살기는 선거의 또 다른 재밋거리다.

신당이 정치개혁과 공천혁신을 추동할 트리거가 된다면 금상첨화다. 이래저래 유권자의 흡입력을 돋울 소재는 풍부해진다. 선거법 개정과 위성정당의 출현, 병립형·준연동제의 향방이 신당 로드맵에 뭉뚱그려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정의당 탈당 의사를 밝힌 장혜영·유호정 의원도 신당 창당을 시사했다. 이준석은 금태섭 전 의원을 만났고, 이낙연은 민주당 대표 시절 양향자 최고위원과의 인연을 소환했다. 신당끼리의 합종연횡이 소소한 가십이 될 듯싶다.

윤석열 신당설도 침잠해 있을 뿐 완전히 사장된 건 아니다. "창당 가능성 제로"(이용 국민의힘 의원). 선 긋기에도 불구하고 선거 판세에 따라 표면화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간판갈이식 창당'은 그리 어려운 작업도 아니다. 총선을 앞둔 1995년 12월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민자당을 신한국당으로 바꾼 게 대표적이다. 제3지대까지 아우르는 '합당식 창당'이라면 난이도가 한참 높아진다. '빅텐트 정당'은 대통령 지지율 반등이 전제돼야 하는 데다 윤석열 대통령의 정체성이 중도층에 어필할지도 의문부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16대 총선 때 운동권 출신 '젊은 피' 수혈과 전문가 영입으로 새천년민주당을 창당해 선전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 초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는 승부수를 띄워 압승한 전례도 있다. 대구경북의 극적인 장면은 1996년 총선에서의 자민련 '녹색 돌풍'이다. 대구 의석 13석 중 신한국당이 2석을 얻은 반면 자민련(김종필 총재)이 8석을 차지하는 신공을 연출했다. 이준석 전 대표가 "1996년의 변화를 다시 한번 만들어 달라"고 하는 이유다.

거대 양당의 조타수 김기현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비호감도는 높다. 둘 다 부정적 여론이 61%다. 이 지점이 신당이 파고들 공간이다. 신당의 성공여부는 '간판스타'의 존재 유무와 겹친다. 강력한 카리스마 '3김'과 안철수 신당 정도만 여의도에 안착했다. 이낙연 신당은 현실화될까. 이준석과 이낙연은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 신당의 파괴력이 양당 카르텔을 깰 수 있을까. 4·10 총선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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