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 범어W' 최재환 수성범어지역주택조합장 "리스크 큰 지역주택조합 사업…투명한 정보공개가 성공 비결"

  • 박주희,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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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30 07:48  |  수정 2023-11-30 07:50  |  발행일 2023-11-30 제12면
성공 확률 20% 남짓이지만
노른자 입지 포기 못한 이유
공사비 상승 분쟁 사전 차단
확정지분제 변경 '신의 한수'
조합원 모집 9년 만에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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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범어W 단지 내에서 만난 최재환 수성범어지역주택조합장이 지난달 입주자 사전점검 행사 때 불만보다는 호평이 압도적으로 많아 그것만으로도 기뻤다고 말했다. 박지현 수습기자 lozpjh@yeongnam.com
"현장소장이 꿈이었는데, 지역주택조합원이 되면서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죠."

올해 대구 주택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단지인 '수성 범어W'의 완공에 앞장선 최재환 수성범어지역주택조합장은 "2014년 조합원 모집을 시작해 9년 만의 입주라는 결실을 보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수성 범어W는 대구 최고 노른자 땅에 최고층(59층)으로 들어서는 데다 사업비 규모(1조5천억원)도 지역 최대다. 반면, 지역주택조합방식의 사업이다 보니 과연 이 아파트 사업이 실패 없이 준공까지 될 것인지에 대해선 늘 의문부호가 따라다녔다. 지역주택조합은 각종 비리 등으로 얼룩져 통계상 성공 확률은 20% 남짓해서다.

대규모 사업비가 들어가는 단지에 온갖 우려를 딛고 빨리 사업을 추진해 완공한 데는 2016년 국내 최연소(33세) 조합장이 된 최 조합장의 역할이 컸다.

그는 2014년 12월 약 1억6천만원의 분담금을 내고 수성범어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이 됐다.

그는 "당시 경기도의 한 건설사에서 토목팀 공무 차장으로 일해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리스크가 크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입지가 너무 좋아 여기는 포기할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걱정대로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전 재산과 같은 분담금을 날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회사까지 그만두기도 했다. 2015년 8월 임시총회에서 감사를 지원해 선출됐다. 이후 각종 자료들을 요청해 체크했고, 온라인커뮤니티를 통해 각종 문제점을 조합원들에게 부지런히 알렸다. 자연스레 '최재환이 조합장 적격자'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2016년 2월엔 실제 조합장에도 선출됐다.

하지만 1년 만인 2017년 2월엔 조합장에서 해임되기도 했다. 당시 규약상 1년마다 조합장 재신임을 받아야 하는데, 재신임을 못 받은 것.

"2017년 7월 시공사를 선정해야 하는데 저는 아이에스동서를 시공사로 권했고 추가분담금으로 1억9천만원을 발표했어요. 반대쪽에선 1군 건설사인 H건설에 추가분담금으로 3천만원 수준을 제시했어요." 그런데 새로 선출된 조합장이 3개월 만에 그만두게 됐다. 그는 "반대쪽에서 제시했던 금액으론 불가능했다. 오히려 그 일이 계기가 돼 조합원들에게 더 신뢰를 얻었다"고 했다. 2017년 7월 다시 조합장직을 맡아 그해 10월 아이에스동서를 시공사로 선정하고 12월엔 계약도 체결했다.

그는 "이때는 일반 도급제였는데 분양(2019년 5월)하기 전인 2019년 1월에 아이에스동서와 도급계약을 변경하면서 '확정 지분제'로 바꿨다. 이게 '신의 한 수'였다. 공사비 상승 등으로 조합과 추가분담금 분쟁이 일어날 소지를 사전 차단한 셈"이라고 귀띔했다.

아이에스동서를 시공사로 권한 이유에 대해선 "저는 속이는 걸 정말 싫어하는데 처음부터 쓴소리 다 해놓고 방안을 얘기하는 사업 스타일이 저와 코드가 맞았다"고 했다.

9년간 베일에 꽁꽁 싸였던 사업장이 드디어 공개되던 지난 10월 입주자 사전점검 행사 때, 그의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는 "밖에서 보면 팍팍한 느낌이 들지만 아파트 안에 들어오면 보다 트인 느낌이 든다. 조경·커뮤니티 등에 대한 예비입주민들의 만족도도 상당히 높았다. 불만보다는 호평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며 "국평(국민 평수) 아파트 중에서 향후 10년간은 대구에서 대장 역할을 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역주택조합장을 맡으면서 온갖 풍파를 겪었다는 얘기도 더했다. 그는 "조합장이 되고 1억1천만원씩 더 납부시켰을 때다. 조합원을 약 1천명이라고 치면 1천100억원을 더 걷은 것이다. 그런데 2017년 11월 디폴트 위기가 왔다. 자금 압박이 정말 심했다"며 "사업이 실패한 이후의 일을 생각하니 한때 나쁜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조합장이 되고 '나중에 좀 챙겨주겠다'는 유혹이 있죠. 검찰과 경찰 조사도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당당하면 조사받으러 가서도 큰 소리 낼 수 있어요. 뭔가 찜찜한 일이 있으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고 벌써 불안해져요."

최 조합장은 지역주택조합의 성공 비결에 대해 "똑바로 사업성을 알려주는 투명한 정보 공개다. 정보 공개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공개 타이밍을 놓치고 감추고 있으면 다 망한다"며 "헛된 꿈 꾸지 말고 진짜 오로지 내 집만 짓겠다고 하면 성공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도 부동산 개발업에 계속 종사하고 싶다고 했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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