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청소년 다 볼 수 있는데…유튜브 장악한 유명인의 술방

  • 김은경
  • |
  • 입력 2023-11-30 08:13  |  수정 2023-11-30 08:23  |  발행일 2023-11-30 제17면
■ 음주토크 유튜브 괜찮을까
"진솔해서 좋다" vs "토크·PPL 노골적"
조회수 수천만회까지 오르는 등 인기
청소년에 여과없이 노출…악영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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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들의 음주 먹방 유튜브가 활발하다. 한편에서는 과도한 음주장면이 청소년에 그릇된 술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기안84의 술터뷰' 캡처>

스타들이 팬들과 소통하기 위해 운영하는 일부 유튜브 채널이 과도한 음주장면을 담아 팬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스타들이 술을 마시며 평소 보여주지 않던 편안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소개한다는 긍정적 의미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지나친 음주로 인해 보는 이로 하여금 무분별한 음주를 부추기고, 유튜브를 시청하는 청소년들의 정서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기스타 A가 운영하는 유튜브는 오늘도 술기운으로 가득하다. 진행자 A가 술잔을 채우면, 그날의 게스트로 참여한 유명인사들이 기다렸다는 듯 술잔을 받아 벌컥벌컥 들이켠다. 한 병에 수십 만원 하는 위스키를 비롯해 소주와 맥주, 와인, 막걸리까지 전 세계 온갖 술들이 장식장에 즐비하게 놓여있다. 취기가 오른 스타의 불콰한 얼굴은 시청자를 유혹하는 듯하다. "그래, 너도 어서 술병을 들어, 신나게 마셔봐, 우리처럼 웃으며 이 순간을 즐겨봐"라고 말이다. 어느새 빈 술병이 늘어가고, 발음이 꼬이고, 눈빛은 점점 초점을 잃어간다. 결국 술을 이기지 못한 스타는 매니저에게 들려서 차에 실려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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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신동엽의 짠한형'

현재 운영되는 스타들의 음주토크 유튜브는 다양하다. 신동엽의 '짠한형', 성시경의 '먹을텐데', 기안84의 '술터뷰', 갓세븐 뱀뱀의 '뱀집', 소유의 '혼저옵소유' 지상렬의 '술먹지 상렬'등이 대표적이다. 또 가수 조현아가 친구를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조현아의 '목요일 밤', 이영지가 자신의 오피스텔로 게스트들을 초대해 함께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는 이영지의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 등도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대개 호스트인 스타가 있고, 매회 새로운 게스트를 초대해 토크와 술을 나누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다양한 게스트와 나누는 근황토크, 스타의 요리실력 등이 더해지면서 볼거리와 이야기가 풍성해진다. 게스트에 따라 다르지만 콘텐츠가 업로드되면 수십 만에서 수천 만회까지 조회수가 쑥쑥 올라간다.

하지만 프로그램 중 일부는 자극적이고, 상업적인 영상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19금 토크와 욕설이 여과 없이 노출되고, 노골적인 가게와 음식 홍보, 대놓고 하는 PPL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작품 등을 홍보하기 위해 출연한 게스트들의 홍보성 멘트도 여과 없이 소개된다. 무엇보다 청소년들에게 잘못된 음주문화를 조장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적절한 심의와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

방송통신심의위는 지상파, 케이블의 음주장면에 대해선 '주의'나 제작진 '의견청취' 등으로 작품의 수위를 조절해왔다. 예를 들면 SBS-TV '미운우리새끼'에서 출연자가 '소주기행'을 주제로 여행을 하면서 여러 식당에서 수차례 반복적으로 소주를 마시고 평가하거나, 여러 병의 소주로 일명 '소주분수'를 만들고 이에 환호하는 장면을 내보낸 것을 두고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에 음주를 지나치게 조장, 미화할 소지가 있고, 그 과정에서 해당 소주 브랜드에 대한 광고효과를 줄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제작진의 '의견청취'를 결정했다. 또 출연자의 음주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준 tvN '인생술집'은 법정제재인 '주의'를 결정하기도 했다. 이처럼 지상파나 케이블 채널과 달리 현행법상 유튜브를 규제하는 실질적이고 뚜렷한 법 조항은 아직 없는 상태다.

드라마 제작사 한 관계자는 "국내외 OTT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마약, 폭력, 음주 등 청소년에게 유해한 영상물이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지만 일반 방송과 달리 OTT는 법적 규제에서 자유로운 상황"이라며, "OTT, 유튜브 등 새로운 뉴 미디어가 이미 우리 생활의 한가운데 들어와 있지만 정부의 법적 규제는 사실상 그에 못 미치는 수준이어서 안타까울 뿐"이라고 밝혔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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