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돈 앞에 무너진 삶의 터전

  • 남두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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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07 06:49  |  수정 2023-12-07 06:48  |  발행일 2023-12-07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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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두백기자〈경북부〉

지난 정부에서 장려했던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장점도 많지만 부작용 또한 만만찮다. 태양광발전은 국토 곳곳에서 난개발, 재해위험 등을 불러왔고 풍력발전은 큰 자본을 내세운 만큼 돈과 관련된 갖가지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영덕대게와 자연산 송이 전국 최대 생산지인 영덕군의 경우 현재 14개 육상풍력 사업자들이 군 전체를 대상으로 발전단지를 운영하거나 준비 중이다. 풍력사업 특성상 인허가 절차가 쉽진 않지만, 이들의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되면 영덕군에 180여 기의 대형풍력 발전기가 돌아가게 된다.

발전사업자들은 주민 설득과 회유의 수단으로 보상금과 발전기금 등의 돈을 앞세운다. 발전사업지 주변 주민들은 자기 손에 쥘 돈의 크기를 생각하며 생떼에 가까운 목소리와 집회 시위도 일상처럼 생각한다. 영덕의 한 인사는 사업 편의를 앞세워 수억 원을 요구했다는 소리까지 전해졌다.

최근에 들려오는 영덕의 해상풍력 발전사업도 걱정스럽긴 마찬가지다. 외국계 자본을 바탕으로 한 영덕의 해상풍력은 동해 왕돌초와 이어진 영덕군 240㎢ 해역에 부유식 대형 풍력발전기 100기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 이 사업은 총발전량 1~1.5㎿급으로 국내 신형 원전 1기가 바다에 들어설 만큼 규모가 크다.

현재 해상풍력 사업자는 풍향 계측기 설치를 위한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지난 6월 영덕군에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상태다. 이 사업자는 점사용 허가를 위해 영덕군 내 자망·통발 등 19개 어민단체 회원을 대상으로 90% 정도의 서면동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풍향 계측기 설치는 발전사업자 허가취득에 꼭 필요한 단계인 만큼 어민들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해상풍력 사업 규모가 큰 만큼 주변에서 들려온 보상금 등도 '억' 소리가 날 만큼 클 것으로 보인다. 1년 가까운 어민 설득과정에서 "사업자 측이 (작은 배) 한 척당 5~6억원 정도는 보상해 줄 수 있다"는 이야기마저 돈다.

그러나 불과 5년 전만 해도 영덕군의 해상풍력 실증단지 조성 계획에 대게 조업을 주로 하는 120여 척의 자망 어민들을 중심으로 엄청나게 반대했다. 반대의 상당수가 정부가 육성한 어업후계자들로 이들은 '어민들의 생계와 삶의 터전에 직결된다'라며 20기의 풍력기 설치에 저항했다. 이랬던 이들이 대게 조업 해역과 겹칠 수 있는 지금의 대규모 해상풍력발전에 대해서는 소수 회원만 반대하고 있다. 바다가 삶의 터전이라고 외쳤던 이들이 아직 확실치 않은 억대의 보상금 소리에 마음이 바뀐 건 아닌지 생각하니 왠지 씁쓸하다.
남두백기자〈경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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