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약속이나 한 듯 與·野가 한날한시에 내팽개친 '혁신'

  • 논설실
  • |
  • 입력 2023-12-08  |  수정 2023-12-08 07:01  |  발행일 2023-12-08 제27면

국민의힘은 어제 오전 혁신위를 열고 '혁신위 해산'을 공식 결정했다. 소리만 요란했지 결국 아무런 혁신도 일어나지 않았다. 빈손 조기 종료다. 더불어민주당은 같은 날 같은 시각 중앙위원회를 열고 총선 경선 시 현역 의원 페널티를 강화하고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의 투표 비중을 높이는 당헌 개정안을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비주류의 반발은 물론 당 대표·총리 등을 지낸 원로들까지 나서 '사당화' '당내 민주주의의 질식'이라 질타했다. 계파 갈등을 넘어 분당 위기로 치닫는 모양새다.

'파란 눈의 혁신 집도의' 인요한 위원장이 "와이프, 아이 빼고 다 바꿔"라고 했지만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 혁신위 키워드는 '변화' '통합' '희생'이었다. 화제 만발했던 광폭 통합 행보는 기정사실화하는 '이준석 신당'으로 소득 없이 끝났다. 험지 출마론을 '희생'의 요체로 삼기엔 현실 정치의 벽은 너무 높았다. '전권 준다'는 노련한 기성 정치인의 정치성 레토릭에 놀아난 셈이다. 끝내 '공관위원장 셀프 공천' '설화(舌禍)'가 겹쳐 혁신의 동력을 잃었다.

총선을 앞둔 민주당에 최고의 혁신은 통합이다. 어제 중앙위 결정은 이에 반하는 행보다. 구심력이 강해지면 원심력도 강해지는 게 정치다. 반대하는 사람 다 쫓아내고 사당화된 당에 표를 달라고 해선 지지층 표조차 건사하지 못한다.

약속이나 한 듯 여·야가 한날한시에 '혁신'을 헌신짝처럼 버렸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아무도 말하지 않고, 아무도 아프지 않고, 아무도 희생하지 않는 혁신은 없다. 선거 때마다 매서운 관찰력으로 정확히 심판하는 무섭도록 경이로운 민심을 왜 기억 못 하나.

기자 이미지

논설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