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간 끌기' 한계 부딪힌 부동산 PF 부실, 대구는 괜찮나

  • 논설실
  • |
  • 입력 2023-12-11  |  수정 2023-12-11 06:55  |  발행일 2023-12-11 제23면

금융시장 최대 '뇌관'으로 꼽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고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금융당국이 대출 만기 연장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PF 부실을 이연(移延)시켜왔다. 하지만 이 같은 '시간 끌기'도 한계에 부딪히면서 내년부터 PF 위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에서 미분양이 가장 많은 대구지역 부동산 시장에 더 큰 충격파가 몰아칠 가능성이 높다.

올해 6월 말 기준 금융권 PF 대출 잔액은 133조1천억원으로 3개월 새 1조5천억원 늘었다. 대출 규모가 늘어나는 것보다 연체율 급등이 문제다. 2021년 말까지 1%를 밑돌던 연체율이 현재 2% 이상까지 치솟았다. 특히 증권사 연체율이 17%를 넘어섰고 저축은행 연체율은 1년 새 3배로 뛰었다. 이처럼 제2금융업 전반이 위태롭게 된 건 브리지론(토지 매입 등을 위한 사업 초기대출) 부실 탓이 크다. 고금리 단기대출을 받아 놓고도 착공조차 못 하는 사업장이 갈수록 늘면서 연쇄도산 공포가 커지고 있는 것. 실제로 금융권에선 30조원에 달하는 브리지론 대출 중 30~50%가 손실 처리될 수 있다고 추산한다.

금융당국은 최근 5대 금융지주, 2금융권, 건설사와 릴레이 회의를 여는 등 PF 리스크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양새다. 정책 결정에 앞서 현장 의견을 듣는 과정이지만 사실 결론은 정해져 있다. PF 부실 규모를 더 키우지 않으려면 옥석 가리기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급작스러운 부실 사업장 정리는 '미분양 무덤'으로 불리는 대구 부동산 시장을 초토화시킬 수도 있다. 지방의 경기 침체를 감안한 연착륙 방안이 나오길 기대한다.

기자 이미지

논설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