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일 칼럼] 박근혜·문재인, 두 전직 대통령의 시그널

  •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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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11  |  수정 2023-12-11 06:57  |  발행일 2023-12-11 제22면
벚꽃 같은, 영화 '서울의 봄'

'불의한 현실', 문재인의 은유

회고록과 국민소통의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시그널은

2024년 '대한민국의 봄'으로

[박재일 칼럼] 박근혜·문재인, 두 전직 대통령의 시그널
논설실장

1979년 10월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 직후 일어난 '12·12 사태'를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은 정치적 함의를 피할 수 없는 테마다. 스펀지처럼 영화를 빨아들인 관객이 양산됐다. 캐릭터와 비주얼을 비틀어 '사태 혹은 반란'에 해박한 이들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도 있다. 역사적 대명사가 된 '서울의 봄'은 원래 1980년 그해, 철권통치의 공백 속에 벚꽃처럼 피었다 사라진 그 봄을 말한다. 이 시절을 다룬 영화 '그때 그사람' '남산의 부장들'은 장르가 됐다.

전직 대통령 문재인도 영화를 본 모양이다. 그의 소감이 흥미롭다. "불의한 역사에 대한 분노가 불의한 현실을 바꾸는 힘이 되길…" 이건 뭘 의미할까. 44년 전의 그 팩트를 놓고 2023년 국민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들어가 일어나라는 뜻으로 해석한다면 '정치 난독증'일 게다. '불의한 현실'에 방점이 찍힌다. 그는 외곽을 때리는 기술이 있다. 현재의 권력을 불의한 것으로 규정한 듯하다. 총선이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문재인 식' 은유는 투표로 응징하라는 뜻으로 들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모처럼 언론 접촉을 가졌다. 지난 6일 지역 언론사 국장단과의 오찬 간담회 자리였다. 지난해 3월 대구 달성 사저에 온 이후 이런저런 행사로 노출이 있었지만 지역 언론과 공식 대면한 건 처음이다. 식당은 박 전 대통령이 자주 온 곳이었다고 한다. 그도 한마디를 했다. 국민들을 자주 만나 위로와 희망을 주면 좋겠다는 질문에 "내년엔 지역민과 적극 소통하겠다"고 답했다. 박 전 대통령은 현재 일간지에 회고록을 연재 중이다. 총선을 앞두고 그가 회고록과 국민 소통을 확장해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신호로 보인다. 다만 출마를 꿈꾸는 박 전 대통령의 옛 측근들 말을 종합하면 아직은 연락이 잘 안된다고 한다.

전직 대통령은 운신이 어려운 '보직'이다. 세상 이치가 그렇듯 전직과 현직은 차원이 다르다. 전임의 간섭을 현직이 좋아할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부터인가 한국의 전 대통령은 정치사에서 조용한 전직이 되기 어렵게 됐다. 평생 먹고살 연금에다 집도 지어주고 경호원도 붙여주지만, 진영 간 사생결단의 정치는 은거를 불허한다. 찾아오는 이들도 많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에 이어 지난달 박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양산의 문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재판받는 전 법무부 장관도 가서 포옹하고, 책 선전 보너스도 얻고 그러고 있다.

전직 대통령의 과유불급 자제는 미덕이지만, 그걸 기대하기는 어려운 환경이 됐다. 팬덤과 진영이 복수의 진을 치고, SNS와 IT정치가 들불이 된 탓이다. 세계적으로도 그렇다. 미국만 해도 트럼프가 사상 초유의 대통령직 재도전에 나섰다. 정치가 미리 길을 그어놓고 가는 영역은 아니라 이해가 되기는 한다. 그렇다면 내년 4월10일 총선은 연장전인가. 그럴 것이다. 대선을 방불케 하는 윤석열 정권 중간평가다. 국민의힘이 과반을 못 넘기면 완벽한 식물정부로 기록될 것이란 소리도 나온다. '이재명의 사법리스크'가 판돈으로 걸렸고, 이준석·이낙연 신당에 행여 친박을 자칭한 정파까지 가세할 태세다. 여기에 전직 대통령의 시그널까지.

'2024년 한국의 봄', 흥미롭다 해야 할까 복잡하다고 해야 할까. 독자 여러분은 어느 쪽이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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