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북대-금오공대 통합 무산, 존중하나 논의배경은 곱씹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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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12  |  수정 2023-12-12 07:00  |  발행일 2023-12-12 제23면

지역대학의 미래 활로 모색 차원에서 추진되던 경북대(총장 홍원화), 금오공대(총장 곽호상) 통합 논의가 무산됐다. 경북대 측은 "원론적 차원의 의견교환은 있었지만 구체적인 게 없었고, 학생들의 반발도 거세 통합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오공대 측도 이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양 대학의 통합 무산은 일견 이해되는 부분도 있지만 아쉬운 측면도 적지 않다. 대학 특유의 자율성과 전통을 고려하면 가타부타 언급할 일도 아닌 것이다.

다만 통합 무산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논의가 나온 배경은 당사자인 두 대학뿐만 아니라 지역대학 모두가 되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 국내 대학은 지난 수십 년간 규모와 질에서 장족의 발전을 이뤘지만 여러 모순점도 양산해 왔다. 서울·수도권 대학 위주로 자원이 몰리며 상대적으로 지방대학들은 불리한 환경에 놓여 왔다. 여기다 학령인구의 수축은 대학, 그것도 비수도권 대학에 근본적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다. 교육부가 지방대학 30개를 선정해 5년간 무려 3조원을 투입한다는 '글로컬 대학 육성 프로젝트'를 제시한 것은 그런 배경이다. 여기다 대학의 재정과 행정 관할권을 지방정부로 점차 이관하는 정책(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도 도입했다. 경북대와 금오공대는 지역의 유력 대학들이지만 국내는 물론 세계로 나아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경북대가 지리적 이격성으로 금오공대와의 통합이 어렵다면 부산대-부산교대처럼 대구권 대학인 대구교대와의 통합을 재차 고려할 필요가 있다. 대학이 무작정 규모를 키운다고 미래가 보장되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작금의 지방대학이 처한 환경을 깊이 살펴보고, 통합이든 특성화이든 시대를 앞선 틀을 짜는 것은 시급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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