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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희 정경부 차장 |
한동안 국지적으로 온기가 돌던 대구 부동산 시장이 찬바람이 불면서 다시 냉랭해지고 있다.
대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2021년 말에 하락 전환해 한동안 침체기를 겪다가 지난 8월 상승세로 방향을 틀었다. 특례보금자리론과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의 영향으로 급매물이 소진된 이후 대구 아파트값이 오름세를 탔다. 올 1~3분기 대구 아파트 매수를 이끈 것은 30대였다.
그러나 추석 이후 시장은 한풀 꺾이는 모양새다. 고금리 장기화와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중단 등 대출 제약 여파로 매도·매수자 간의 희망가격 차이가 커지면서 관망세가 짙어진 여파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가 축소되고 거래가 위축되면서 실거래가에서도 하락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대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구 부동산시장에 대해 특별한 호재가 없는 한 당분간은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에는 미분양 전국 최다라는 오명에 공급과잉 부담도 더해져 있는 까닭이다.
이 같은 대구 부동산시장 상황을 놓고 급격한 하락 이후 가격이 반등된 데 따른 일시적 조정인지, 아니면 2차 하락 국면이 온 것인지 전문가들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현재 집값이 바닥권에 있다며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고물가·민생경제 침체 등의 여파로 2차 추가 하락이 올 것이라는 예상이 맞서는 것. 추가 하락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지난 8월부터 이어졌던 상승전환 국면은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부의 유동성 완화 정책에 따른 착시 효과라고 판단한다. 그러면서 내년 총선 이후에는 시장 분위기가 더 악화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기도 한다.
그야말로 안갯속 같은 시장에서 이전 집값 급상승기에 '벼락거지'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던 실수요자들은 혹여 이번의 매수 기회를 놓칠까 우려하는 한편, 고금리 상황 속에 높은 이자 부담 걱정에 아파트 매입을 망설인다.
전세를 살던 한 지인은 최근 전세 갱신 계약 시점에서 월세로 갈아탔다.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자가 높아지면서 이전보다 월세 가격에 메리트가 생긴 데다 그동안 묶여 있던 전세자금을 밑천으로 매수 시점을 잡겠다는 생각이었다.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아라'는 주식 격언이 있다. 너도나도 살 때는 이미 타이밍이 늦었다는 얘기도 있다.
집값 침체기가 실수요자들에게는 매수 적기의 시작일 수 있다. 물론 더 내릴지, 또 어느 순간 상승으로 방향을 틀지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최근 부동산 시장은 금리를 비롯해 부동산 PF 부실 우려, 내년 4월 총선, 정부의 부동산 정책 등 불확실성과 변수가 산재해 있다. 이 영향으로 시장 분위기도 보다 빠르게 바뀌다 보니 매수타이밍을 포착하기가 더 어렵다. 오랜 기간 부동산업에 몸담았던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도 올해 대구 부동산 시장 분위기에 대해 '오늘, 내일' 바뀌는 것 같다며 장기 예측이 힘들다고 했다.
사실 바닥에서 사서 정수리에서 파는 것은 신의 영역이다. "내 집 마련의 초점은 타이밍보다는 가격 메리트"라고 한 부동산 전문가의 언급이 오래 여운으로 남는 시점이다.박주희 정경부 차장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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