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칼럼] 외연 확대와 '한동훈 비대위'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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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21  |  수정 2023-12-21 07:00  |  발행일 2023-12-21 제22면
김대중·클린턴의 덧셈 정치

韓, 검사 내공·대중인기 자산

중도층 소구력엔 의문부호

혁신과 미래 비전 제시해야

수직적 당정관계 극복 과제

[박규완 칼럼] 외연 확대와 한동훈 비대위
박규완 논설위원

"'DJP 연합'은 과거의 적이라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남북평화, 지역주의 타파에 뜻이 같다면 함께 정치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나의 민주화 경력과 JP의 국정 경험의 결합이 국민에게 신뢰를 줬다. 선거 때마다 색깔론에 시달렸던 나로서는 보수층 지지기반을 넓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야합이란 비판이 없지 않았지만 호남 고립 구도를 깨고 충청권 표심을 위해서는 자민련과의 연합이 불가피했다."(김대중 육성 회고록) 1997년 대선에서 '진보의 적자' 김대중이 '끈끈한 보수' 김종필을 끌어들인 'DJP 연합'은 외연 확대와 덧셈정치의 전범(典範)으로 회자된다. 대선 승리를 견인한 신의 한 수였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 출범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21년 검사 한동훈'에게는 낯선 정치무대다. 굳이 수사 필모그래피를 동원하지 않더라도 칼잡이 검사로서의 내공은 자타가 공인한다. 대중적 인기와 영향력은 한동훈만의 자산이다. 현대고 동기인 배우 이정재와 식사 한 번 했는데 대상홀딩스 주가가 폭등했다. 한국갤럽의 차기 지도자 선호조사에선 여권 1위, 이재명에 이어 전체 2위였다. 말재간도 남다르다. "여의도 정치문법보다 5천만 국민의 문법으로 말하겠다".

하지만 중도층 소구력과 확장성에선 의문부호가 찍힌다. 국민의힘 비윤계 의원들의 비토 기류도 외연 확대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지지층 성향도 확연히 갈린다. 지지층의 54%가 60대 이상 고령층이다. 민주당 지지자는 1%만 한동훈 장관을 지지한다. 총선 조타수 역할엔 아킬레스건이다.

정치판은 명쾌한 답이 없는 회색지대다. 그래서 정치를 조정과 타협의 예술이라고 한다. 한 장관이 그 시험대에 올랐다. 얄궂게도 '한동훈 비대위'에 반대한 비윤 최재형 의원이 제시한 길이 모범답안이다. "비대위원장은 야당과의 정쟁 프레임에서 벗어나 혁신과 미래 비전을 보여주고 지지층의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 수직적 당정관계 극복도 딜레마다. "윤석열 대통령 아바타를 당 대표 만들어서 그 선거가 되겠느냐."(홍준표 대구시장)

"'용산'도 싫고 '개딸'도 싫다"는 게 요즘 민심이다. 여야 모두 중도층·무당층에 어필하지 못한다는 방증이다. 중원은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다. 제3지대를 노리는 신당은 아직 파괴력을 가늠하기 어렵다. 중원 장악이 총선의 승리 방정식이 될 수밖에 없다.

1993년 빌 클린턴의 민주당 정부 출범 후 자주 정책 혼선이 빚어졌다. 언론과 공화당은 클린턴과 그의 참모를 "아칸소의 꼬마들"이라며 조롱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그러나 화려하게 부활했다. 해법은 외연 넓히기. 클린턴은 진영을 따지지 않고 전문성 있는 중량급 인사를 내각과 백악관 참모진으로 재편했다. 공화당 출신 데이비드 거건을 공보담당으로 발탁했다. 말하자면 덧셈정치였다. 효과는 놀라웠다. 중도적 정책들이 시행되며 지지율이 상승했다. 의회와의 관계도 매끄러워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외연을 넓히지 못했다. 이준석·안철수와의 대선 연합을 해체하고 이념전쟁을 벌이며 우군의 영토를 축소했다. 검사·지인·보수만 기용하는 코드인사로 정책의 포용성을 상실했다. 이를테면 뺄셈정치다. "이발을 하는데 여당 비대위원장 뉴스를 듣던 이발사가 '한 사람만 바뀌면 되는데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최재형 의원) 그 '한 사람'이 누군지는 다 알 것이다. 그가 바뀌면 '한동훈 비대위'의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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