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주민에게 추위보다 무서운 것은 고독…'원예수업'으로 이겨낸다

  • 김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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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20 18:26  |  수정 2023-12-20 18:30  |  발행일 2023-12-21
쪽방주민이 직접 만든 원예작품, 오늘부터 전시회

내달 3일까지 대구 중구YMCA 카페서 열려

미세먼지 저감식물인 스칸디아모스 활용해 제작

단절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지원사업의 일환
쪽방주민에게 추위보다 무서운 것은 고독…원예수업으로 이겨낸다
20일 대구 중구 상서동 대구YMCA 카페에서 대구지역 쪽방촌 거주민이 직접 만든 원예작품 전시회 '만남의 바램'이 열려 작품이 전시돼 있다.
쪽방주민에게 추위보다 무서운 것은 고독…원예수업으로 이겨낸다
20일 대구 중구 상서동 대구YMCA 카페에서 쪽방촌 거주민 작가들이 '만남의 바람' 전시회를 열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일 오전 11시 대구 중구 상서동 대구YMCA 카페는 형형색색의 원예작품으로 가득했다. 미세먼지 저감 식물인 스칸디아모스를 활용해 만든 이 작품들의 주인은 대구지역 쪽방촌 거주민들이다. 작품은 거칠고 투박한 이들의 손에서 탄생했다기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섬세했다. 이들에게 이번 전시회는 단순히 작품을 뽐내는 자리가 아니다. 추위보다 더 무서운 '고독'을 이겨내고 세상 밖으로 나오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그래서 전시회의 주제도 '만남의 바램'이다.


쪽방촌 거주민이 직접 만든 원예작품으로 구성된 전시회(만남의 바램)가 이날부터 내달 3일까지 대구YMCA 1층 카페(중구 국채보상로 541)에서 열린다. 쪽방촌 거주민 21명이 지난 3월부터 9개월간 만든 30여 개 작품을 선보인다.


사회적으로 단절된 삶을 사는 쪽방 거주민에게 다양한 문화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행복나눔의집'이 주관하는 '생활문화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사업에 참가한 쪽방촌 거주민들은 지난 3월부터 매주 수요일 중구의 '행복나눔의 집'에서 원예 수업을 들으며 작품을 만들었다. 작품에 사용된 재료인 스칸디아모스는 미세먼지 저감 식물로 창문이 없어 환기가 어려운 쪽방에 꼭 필요한 식물이기도 하다. 완성된 작품은 이번 전시회를 거쳐 판매하거나 각자의 집으로 가져간다.


쪽방 거주민들에게 최근 부쩍 추워진 날씨보다 더 무서운 것은 고독이다. 수요일마다 진행되는 원예 수업은 이들이 일주일을 살아가는 이유다. 지난 5월부터 수업에 참가한 고재영(61)씨는 "아침에 일어나 갈 곳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원예 수업이 있는 수요일이 기다려 진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원예 수업은 단순한 문화 활동에서 나아가 사회와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소통'의 자리다. 고씨는 "이곳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나도 그렇고 다들 수업에 참여하기 전보다 밝아졌다"며 웃음을 지었다. 

 

쪽방주민에게 추위보다 무서운 것은 고독…원예수업으로 이겨낸다
주민 작가 강태희(여·67)씨가 자신의 원예작품 '행복'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쪽방주민에게 추위보다 무서운 것은 고독…원예수업으로 이겨낸다
지난달 22일 대구 중구 대안동 '행복나눔의집'에서 쪽방 거주민들이 스칸디아모스를 활용해 작품을 만들고 있다.

 강태희(67)씨는 3개월간 공들여 만든 작품의 이름을 '행복'이라 지었다. 강씨는 "작품을 만들 때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행복했다"며 "오랜 시간 동안 작품 제작에 힘쓴 만큼 뿌듯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쪽방촌 생활 4년 차인 김현우(44)씨는 "여름엔 더위, 겨울엔 추위와 싸우지만, 고독은 1년 내내 우릴 괴롭힌다"며 "원예 수업은 고독을 이겨낼 수 있게 도와주는 소중한 시간이다. 가끔은 수업이 끝난 후 수다도 떠들고 노래도 부르며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2021년부터 쪽방촌 거주민들에게 원예 수업을 진행한 이선진 대구 희망진료소 간사는 "이들에게 원예 수업은 문화 활동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이곳에서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정서적 안정도 얻고 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매년 사업을 진행하고 싶지만, 예산이 부족해 힘들다. 다양하고 꾸준한 활동을 위해 많은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했다.

 

김태강기자 tk1163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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