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는 김천' 상공업 발전사]〈7〉모빌리티 물류 거점도시

  •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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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28 07:37  |  수정 2023-12-28 07:37  |  발행일 2023-12-28 제10면
다품종 소량 택배, 화물용 전기자전거로 친환경 근거리 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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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스마트 그린물류 규제자유특구' 사업의 실증을 위해 제작한 화물용 전기자전거. <경북테크노파크 제공>


지난 4월 국무조정실 규제심판부는 독일 등 선진국에서 친환경 물류수단으로 널리 쓰이는 '화물용 전기자전거 도입'을 위한 규제 개선 및 제도적 기반 마련을 정부 관계 부처에 권고했다. 글로벌 물류기업 아마존이 영국·프랑스·독일 등에서 도심 내 근거리 배송에 친환경 모빌리티인 화물용 전기자전거를 활용하며, 이를 통해 런던에서만 연 500만개 배송할 계획이다. DHL은 영국·독일·네덜란드·미국 등에서 배송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친환경 화물용 전기자전거 배송을 도입한 나라들은 화물용 전기자전거 중량을 300㎏(독일)에서 650㎏(프랑스)까지 허용하고 미국·영국·일본·캐나다는 제한이 없는 반면 우리나라는 승용 전기자전거에 한해 중량을 30㎏ 미만으로 제한하고, 화물 운송용 전기자전거에 대한 법적 근거는 없다. 세계 화물용 전기자전거 시장 규모는 약 1조2천억원(2021년)이며, 2030년까지 연평균 11.4%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DHL의 실증 결과에 따르면 전기자전거 배송은 탄소 배출량을 22%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2022년 '경북 스마트 그린물류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받은 김천시는 경북테크노파크 등과 화물용 전기자전거를 활용한 배송 등을 실증해 왔다. 김천혁신도시 공기업 한국도로공사는 '스마트 물류사업'을 통해 고속도로 네트워크를 활용한 물류사업을 추진 중이며, 국내 최대 전자상거래기업 쿠팡은 김천 일반산업단지에 배송센터 건립을 앞두고 있다.

스마트그린물류 규제자유특구
배송차량 줄여 탄소배출 감소
공영 주차장 여유 부지 활용
'도심 분산형 물류 거점' 마련

고속도로 주변 유휴지 등 확보
로봇·드론 배송 상용화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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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용 전기자전거를 실증하고 있는 모습. <경북테크노파크 제공>

◆경북 스마트 그린물류 규제자유특구

경북 스마트 그린물류 규제자유특구의 과제는 김천시 황금·율곡동, 일반산단 등 73.78㎢를 무대로 △도심 생활물류 통합플랫폼 기반 구축 △친환경 근거리 배송 서비스 실증을 통한 물류 신산업 육성이다. 김천시 관계자는 이를 통해 △배송 차량 운행을 최대한 억제하는 데 따른 탄소배출 감소, 도심 통행여건 개선 효과 △도심 배송 시스템 일대 혁신 △일자리 창출 등 다양한 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경북테크노파크가 사업을 주관해 메쉬코리아, 리턴박스, 피엘지, 모토벨로, 누리기술 등의 기업은 다품종 소량 중심의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MFC·초소형 물류센터) 자동화 플랫폼 구축 및 도심 근거리 특화 통합형 배송 거점(MCC·초소형 도심 분산형 거점) 연계를 통한 '도심 물류 통합플랫폼' 실증을 수행하고 있다.

쿠팡, 피엘지, 자전거문화사회적협동조합, 비엔씨테크, 이삼사코리아, 에코브, 에임스 등은 생활물류 통합플랫폼 기반의 친환경 고효율 라스트마일(마지막 배송구간) 배송체계와 화물용 3륜 전기자전거를 활용한 배송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도심형 친환경 근거리 배송 서비스' 실증을 수행 중이다. 최근엔 모터, 컨트롤러 등 화물용 전기자전거 핵심부품을 생산하는 자동차 부품기업 HL만도도 합류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실증지역의 도심 공영주차장에 주차타워를 세워 주차기능을 유지하는 가운데 확보된 여유부지를 물류센터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지난해 10월 김천시의회에서 '김천시 주차장 설치 및 관리 조례' 일부를 개정해 도심 분산형 물류거점을 마련하게 됐다. 현행 주차장법은 주차장 내의 부대시설(물류 집배송시설 포함)을 허용하지만, 총면적의 20%를 초과할 수 없다. 단, 지방의회의 관련 조례 개정을 통해 40%까지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김천시는 규제자유특구로서의 이점을 활용, 허용 범위보다 넓은 물류센터를 실증지역인 율곡동과 황금동에 짓고 있다.

윤상영 김천시 미래전략과장은 "대형 물류회사는 도심 분산형 물류거점까지만 물품을 배송하고, 라스트마일은 지역 주민이 화물용 전기자전거 등 친환경 이동수단을 이용해 배송하는 방식"이라며 "자연환경 개선과 일자리 창출 등 다양한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도심에 비해 배송량이 적은 농촌은 가까운 몇몇 면을 묶어 그 중심에 물류거점을 두고 운용하면 무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송비용의 53%가 라스트마일 비용임을 고려하면 도심 분산형 물류거점은 주민 소득 증대에도 크게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도심 분산형 물류거점은 김천과 같은 도농복합형 도시보다는 서울을 비롯한 인구 밀집지역에 시급한 시설로 꼽힌다. 박성근 경북테크노파크 센터장은 "한국은 1인당 연간 택배 물량이 100건을 넘어선다. 독일, 중국, 프랑스 등 해외 주요국의 2배다. 여기에 배송 차량으로 인한 대기오염, 교통혼잡, 주민 피해 등을 고려하면 속히 개선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센터장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주차장만 도심 분산형 물류거점으로 활용해도 1만4천여 개의 생활 물류시설을 만들 수 있다. 경북테크노파크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한 화물용 전기자전거(최대 300㎏ 적재)를 이용해 실증지역 택배 물량 30% 정도를 소화하는 게 목표다. 화물용 전기자전거 5대면 택배 배송용 트럭 1대를 대체할 수 있다.

화물용 전기자전거는 고부가가치산업이며, 1천여 종에 이르는 화물용 전기자전거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 가운데는 완성차 기업의 1차 협력업체 등으로 기술력을 인정받는 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또, 자동차부품과 유사점이 많아 김천 및 대구경북의 관련 기업도 크게 힘들이지 않고 참여할 수 있다.

박 센터장은 "(화물용 전기자전거 제작은) 잘할 수 있는 분야인데 아직 검증이 끝나지 않았다. 유럽의 경우 아마존이 화물용 전기자전거를 이용한 배송계획을 발표하자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며 "아마존의 전기자전거 부품 절반은 HL만도의 제품이다. 우리도 우체국 집배용, 읍·면·동사무소 사회복지공무원의 업무용 등으로 공공부문의 수요를 늘려가며 민간으로 확산해야 한다"고 했다.

윤상영 과장은 "화물용 전기자전거 배송은 실증을 통해 충분한 사업성이 확보된 만큼 자전거법 개정을 계기로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김천은 앞으로 쿠팡이 들어오는 등 화물용 전기자전거 상용화에 따른 배송물량 확보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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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시 율곡동에 건립 중인 가칭 '주차복합 생활물류센터' 조감도. <경북테크노파크 제공>

◆도로공사 김천 스마트 물류센터

한국도로공사가 김천일반산단 내에 스마트 물류센터를 짓고 있다. 김천시와 협업형태로 2020년 11월부터 추진된 물류센터는 1만1천250㎡ 부지에 6천14㎡ 규모이며, 내년 초에 완공된다. 김천 스마트 물류센터는 향후 고속도로 주변 유휴지 등을 활용해 물류거점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해온 도로공사의 물류센터 운영 및 물류기술 테스트베드로 활용된다.

이를 위해 도로공사는 지난 10월, 물류 전문기업 4곳과 '김천 스마트 물류 복합시설 활용 기술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이들에 의해 연구·개발·실증 과정을 거친 스마트 물류기술을 스마트 물류센터에 적용하는 등 첨단 물류기술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이들은 물류 자동화 로봇 등의 신기술과 드론 배송기술을 실증할 계획이다.

박현주기자 hjpar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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