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與 비대위원 '막말 낙마'…필히 부메랑 된다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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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02 07:02  |  수정 2024-01-02 07:03  |  발행일 2024-01-02 제31면

민경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임명 하루 만인 지난달 30일 자진 사퇴했다. '노인 비하' 막말 논란 때문이다. 민 전 위원이 비대위원으로 지명된 직후, 과거 한 행사에서 "지금 가장 최대 비극은 노인네들이 너무 오래 산다는 거다. 빨리빨리 돌아가셔야"라고 말한 사실이 보도돼 파문이 일었다. 민 전 위원은 "386세대가 젊은 세대의 진입을 막는 것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실수"라고 해명하며 즉각 사과했다. 하지만 일본의 조선 식민 지배,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과거 발언까지 파장을 일으켜 끝내 물러났다. 발언의 진의를 떠나 여권의 총선 로드맵에 리스크가 될 만했다. 서둘러 사퇴한 것은 본인이나 당을 위해서도 다행이다.

정치인의 비하성 막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여야가 따로 없다. 1998년 김홍신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 "공업용 미싱으로 입을 꿰매야 한다"고 폭언했다. 2004년엔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 그분들은 집에서 쉬셔도 된다"고 말해 선거대책위원장직과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최강욱 전 의원은 윤석열 정부를 비난하며 "동물농장에도 보면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건 잘 없다"고 말해 민주당원 자격 6개월 정지의 중징계를 받았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에 설화(舌禍) 경고등이 켜졌다. 특정 계층·집단에 대한 비하성 막말은 국민 눈높이에 전혀 맞지 않다. 생각 없이 내뱉은 말 한마디가 돌이킬 수 없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때맞춰 여야가 당 지도부를 비롯해 현역의원·출마 예정자의 언행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우리 정치 문화 후퇴의 주범인 막말은 언제쯤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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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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