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편식의 정치소비 극단의 정치테러, 현상변경 안 된다

  •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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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04 06:52  |  수정 2024-01-04 06:54  |  발행일 2024-01-04 제23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부산 피습 사건은 작금의 한국 정치문화의 부조리를 돌아보게 한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무엇보다 '복수의 진영'으로 갈라서 극단적으로 정치를 소비하는 문화가 팽배하고, 유튜브를 비롯해 편식의 정보 습득이 만연하면서 정치적으로 '외로운 늑대'를 키워오지 않는지 살펴야 한다. 범행의 동기와 전모가 확실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범인은 특정한 적개심과 증오를 품고 테러를 가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유사한 범행환경에 노출되고 있고, 일종의 증후군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상대를 불태워 없애버리겠다는 식의 극언이 공공연하게 언론을 타고, 편향 일변도의 목소리가 뉴미디어에 넘치는 것은 병리적 현상에 가깝다. 사건의 배경을 놓고 이른바 인터넷 댓글에서 자작극, 배후설이란 온갖 음모론적 추측과 비방이 난무하는 것은 그 심각성을 더해준다. 가장 이성적이어야 할 정치가 가장 비이성적이 됐다는 지적을 감안할 때 정치권은 숙려와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사건을 이유로 '현상 변경'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정치의 변화와 개선은 민주적 질서하에 투표와 토론 과정을 거쳐 생성돼야지, 테러 같은 폭력의 인질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 때문이다. 그건 모방적 유사 테러를 유발할 뿐이고, 폭력과 혐오의 정치에 굴복하는 결과가 된다. 주권자 시민의 건강한 사고의 응집이 정치개혁의 원동력이 될 뿐, 일개 테러분자의 병리적 행태가 현상을 개선시킨다고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위험천만한 사고다. 물론 소신을 가장한 편협의 목소리, 이를 기저로 골수지지층에 숙주해 권력을 유지하려는 저급한 정치행태를 이제 추방할 때란 점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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