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극단의 팬덤 정치 넘어서야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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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04  |  수정 2024-01-04 06:52  |  발행일 2024-01-04 제23면

[영남타워] 극단의 팬덤 정치 넘어서야
임호 서울 정치부장

혐오와 증오의 정치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피습을 당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정치인 중 팬덤(fandom)이 가장 두꺼운 이 대표가 반대자로부터 테러를 당한 것이다. 이번 사건은 극단의 팬덤(fandom)정치가 부른 불행이란 지적도 적지 않다.

요즘 정치의 대세는 팬덤이다. 이 정도는 있어야 유력 정치인이라 할 수 있고, 대권 주자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 그런데 필자는 팬덤정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연예인은 대중들과 함께 기쁨을 나눠야 하니 팬덤은 필수 조건이며, 이를 추구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정치가 팬덤에 기대는 순간 대다수 국민의 민심이나 상식에 의한 정책, 입법행위가 아닌 강성 지지자들의 입김과 이득만 반영하게 된다. 정치인은 국가 미래와 민생 현안을 최우선 가치로 둬야 한다. 때로는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국가 발전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팬덤정치는 강성 지지층의 맹목적 추종으로 합리적 정치를 하기 힘들어진다. 또 나의 입장과 반대되는 정치인을 타협의 대상이 아닌, 적대시한다. 그래야 선명성을 더욱 강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상대에 대한 팬덤 공격성은 더 강해진다.

팬덤정치의 정점에 있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도 신년사부터 적대적 관계를 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자기들만의 이권과 이념에 기반을 둔 패거리 카르텔을 반드시 타파하겠다"고 공격했고, 이 대표는 "칼로 사람을 죽이는 것과 잘못된 통치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차이가 없다"고 맞받아쳤다. 협력·협치의 가능성을 닫아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

현실에는 절대 선과 절대 악이 존재하기 어렵다. 하지만 팬덤정치를 하면 그것이 더욱 선명해진다. 강성 지지자들도 정치 감성화의 결과물로 자신이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정치인 외에 다른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을 적대시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극단의 정치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팬덤정치를 극복하고 상호 존중하고 타협하는 정치를 복원하는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나만 옳다'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상대 당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제2의 이재명 피습사건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팬덤에 기댄 정치권이 서로를 이해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하는데 어떻게 국민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정치권은 민주주의·법치주의·공화주의·자유주의가 어떤 것인지, 국가와 민생에 도움이 되는 정치 혁신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팬덤정치에 매몰될수록 우리 정치는 강성 지지층에 기생할 수밖에 없다. 또 국민의힘과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거대 양당이 팬덤정치에 기댄다면 의회 민주주의와 당내 민주주의도 훼손될 수밖에 없다. 적대적 양당제에 정치 훌리건까지 더해지면서 여당은 정부 견제라는 입법부 고유 기능을 포기하고 있다. 야당은 대안 세력이 아닌, 상대방 끌어내리기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국민의 30% 이상이 무당층이란 사실은 정치가 국민 삶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정치권이 팬덤에 기대지 않고, 국민만 바라보는 공정·상식의 정치를 해 나가길 바라본다.

임호 서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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