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예술가의 메시지

  • 임훈
  • |
  • 입력 2024-01-10  |  수정 2024-03-22 07:07  |  발행일 2024-01-10 제26면
세상에 메시지 던져온 예술

최근에 화두로 등장한 환경

환경 담론 작품들 대거 등장

예술인 공로 측정 기준 부재

예술가의 메시지에 관심을

[하프타임] 예술가의 메시지
임 훈 문화부 선임기자

그동안 수많은 예술가들이 세상을 향한 메시지를 던져왔다. 현대미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스페인 화가 파블로 피카소는 1937년 스페인 내전의 참상을 담은 '게르니카(Guernica)'를 통해 전쟁의 잔혹성을 일깨우려 했다. 당시 독일의 나치는 스페인 반군 수장인 프랑코의 군대를 지원하고 있었고, 일명 '콘돌 군단'으로 불린 독일 공군은 스페인 바스크의 작은 마을인 게르니카를 폭격해 수천 명의 민간인이 사망하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예술가의 메시지를 간과한 결과는 비참했다. 게르니카에는 인류의 평화를 갈망하는 피카소의 간곡한 메시지가 담겨 있었지만, 결국 2년 뒤인 1939년 독일의 폴란드 침공을 시작으로 수천만 명이 사망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정체불명의 영국 화가 뱅크시 역시 그의 작품들을 통해 자본주의와 폭력을 비판하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는 분쟁이 진행 중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에 자리한 주요 국가들이 재무장에 나서는 계기가 됐고,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 또한 '세계의 화약고'로 불리는 중동의 긴장을 촉발시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들어 기자의 눈에 띈 예술가들의 메시지는 '환경'과 관련된 것이다. 예술가들 중 상당수가 기후위기 시대 기온과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인류가 처할 위기를 경고하고 나섰다. 이러한 흐름은 문화 현장에서 쉽게 감지할 수 있다. 지난해 대구에서 열린 주요 미술 행사에서도 환경은 익숙한 주제로 자리 잡았고, 신진 작가들은 환경 관련 담론을 녹여낸 작품들을 앞다퉈 선보였다.

지역 예술가들 역시 환경문제 해결을 화두로 활발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일회용품으로 작품을 만드는 등 정크아트를 영위하는 작가는 물론, 예술과 환경문제를 결합한 퍼포먼스를 통해 기후위기를 극복하려는 작가들도 만날 수 있었다. 예술을 통한 사회적 기업 활동을 통해 기후위기 극복에 앞장서는 이들도 있다. 해당 예술가들은 "예술가와 예술작품이야말로 기후위기 극복을 향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이기에 환경이라는 주제에 집중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해당 예술가들은 아쉬움도 토로했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환경을 위한 작품활동에 매진하고 있지만, 정부와 기업 조직과는 달리 예술가들의 공로를 측정할 객관적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다. 거대해진 미술시장도 환경 담론을 작품에 담아내는 예술가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다. 미대 입시 등 미술교육 과정을 비롯해 미술관과 갤러리 등 기존의 미술 환경이 미술시장의 논리를 따르기 때문에 예술가들이 이러한 흐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이 그 이유다.

대한민국 정부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지금도 '탄소중립'을 외치며 인류가 공동으로 직면하고 있는 기후위기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누군가가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기대하는 것만큼 예술가들이 던지는 메시지에도 귀 기울였으면 한다.
임 훈 문화부 선임기자

기자 이미지

임훈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