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일 칼럼] Faction Politics(파벌정치)와 제3지대

  •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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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15 07:04  |  수정 2024-01-15 14:57  |  발행일 2024-01-15 제22면
파벌정치, 인간세계의 속성
한국과 일본에서 유독 강해
4·10총선, 4분5열의 분화
이낙연·이준석계의 탄생
윤석열-한동훈계 등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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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장

정치적 동물, 인간은 친소 관계에 따라 무리를 이룬다. 본능이다. 리더와 무리로 구성된 파벌(派閥·Faction Politics)은 그래서 정치의 속성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정치세계의 보편화된 현상에 가깝다. 파벌이 커지면 정당이 되고, 정당이 분화되면 파당 혹은 파벌이 된다. 파벌정치는 동양, 특히 일본과 한국에서 유별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일본의 정치를 알려면 정당 역사는 껍데기이고, 그 속살인 파벌의 계보를 알아야 실체에 접근할 수 있다. 일본인들이 한국을 '사색당파(四色黨派)'로 날이 지샌, 이게 비록 조선 시대 역사였지만, 그런 나라로 떡칠한 것은 아이러니다. 아무튼 한국도 일본만큼은 아니라도 독특하고도 질긴 파벌정치의 역사가 있다.

오늘의 더불어민주당은 과거 민주계에서부터 김대중의 동교동계, 김영삼의 상도동계로 분화됐다. 전당대회 때마다 소규모 파벌로 나눠진 것까지 다 합치면 셀 수도 없는 계파가 존재해 왔다. 근래 들어와서는 친노·친문이 득세했고, 작금의 민주당은 이재명계냐 아니냐로 분류된다. 탈당한 이낙연 전 대표는 "저급한 언동이 횡행하는 1인 정당"으로 맹공했다. 이재명계 패거리와 한 지붕 아래 살 수 없다는 선전포고인 동시에 민주당 내 이낙연계의 분리다. 앞서 탈당한 '원칙과상식' 의원들도 크게 보면 파벌의 분화다.

국민의힘도 파벌정치의 역사가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공화당계-김종필계에서부터 군부정권의 핵심 파벌 민정계가 있었고, 여기다 김영삼계가 3당합당으로 건너오면서 한 축을 형성했다. 이명박-박근혜의 '친이 친박 전쟁'은 클라이맥스였다. 급기야 친박, 진박으로 세분화하면서 권력은 붕괴됐다.

4·10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그야말로 4분5열, 4쪽이 나고 5개의 대열로 줄이 섰다. 여야 공히 전직 당 대표가 이탈한 전례 없는 구도가 탄생했다. 미래, 혁신, 제3지대, 플랫폼 정당이란 아름다운 이름이 붙은 정파를 내세우지만 파벌이란 분석 도구로 보면 그 속성과 한계도 알아차릴 수 있다. 이낙연의 딴살림이 당내 대권전쟁에서 잉태됐듯이, 국민의힘 전 대표 이준석의 분화도 비슷하다. 당 대표 권력 박탈에 항거한 그는 '양두구육, 칼잡이의 아집'이란 표현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했고, 일종의 소파벌이라 할 윤핵관을 진압하지 못해 반성한다며 탈당했다. 물론 이준석의 이탈에는 기성세대에 저항하는 세대 전쟁의 요소가 엿보인다. 그가 총선에서 파벌을 넘은 근사한 당을 재건할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당장은 '젊은 세대 이준석계의 태동'이라 하는 것이 맞겠다.

더 크게 보면 집권당 국민의힘은 어쩌면 '윤석열-한동훈계'를 탄생시킬지도 모른다. 중앙집권적 한국정당의 역대 공천과정 메커니즘을 상기해 보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고 파벌이 마냥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뭉치고 흩어지는 것은 정치의 본질이고, 전체주의를 지향하지 않는 다음에야 정치는 우후죽순 다양성을 먹고 자란다. 당장 이낙연·이준석도 가능성은 둘째로 치고 제3지점에서 뭉치자고 하지 않는가.

파벌에는 느슨한 연대, 폭력조직을 방불케 하는 위계도 가능하다. 다만 그 연대와 위계를 지탱하는 출처가 중요하다. 정치자금, 학연, 지연의 요인은 약해지고, 신념과 가치, 국가관, 경제·사회·복지 정책의 공유에서 출발한다면 이상적이다. 그렇지 않고 권력을 나누지 못해 분파 전쟁에 나선다면 그건 시간 낭비이자 나라와 국민에게 불행을 보태는 길이다. 이낙연 전 대표의 탈당을 놓고 민주당 내 한 인사가 "그건 배신이자 난동이다. 배신은 처단해야 하고 난동은 제압해야 한다"고 했다. 살벌한 그 말이 실행된다면 최악의 파벌정치 서막이 될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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