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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형의 화학 공부'는 평생 화학을 가르친 노(老)교수가 대중과 소통하며 구축한 공부비법과 노하우를 담아낸 책이다. <게티이미지뱅크> |
우리 세상은 곧 화학물질이다. 글이 적힌 종이나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부터 우리가 먹는 음식, 입고 있는 옷, 살아가는 집까지 화학을 빼고서는 생각할 수 없다. 화학은 물질을 구성하는 요소인 원자와 분자의 구조와 성질을 규명하는 기초 과학으로, 우주 만물은 물론 신경 조절 물질의 영향을 받는 인간의 뇌와 정신마저 그 범주 안에 두고 있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 너무나도 가까이 있을 뿐만 아니라 물질을 다루는 모든 산업의 기반이 되기 때문에 화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누가 과학의 쓸모를 묻는다면, 화학이 이룬 것들을 보라고 하면 될 정도다.
그러나 미세먼지 같은 계기가 없으면 맑은 공기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듯 화학의 소중함 역시 우리 관심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험실에서는 다양한 색깔과 소리, 빛을 내는 화학 반응으로 호기심을 끌 수 있지만, 책으로 공부하려면 상상력과 이해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이가 어려워한다. 더구나 세상에는 엄청나게 다양한 화학물질이 있고 설명하는 법칙과 이론도 그만큼 많아서, 이를 공부하다 보면 화학이 좋아서 화학과에 온 대학생조차 흥미를 잃고 졸업과 취업을 위한 수단으로 변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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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형 지음/사이언스북스/640쪽/3만6천원 |
이 책은 공기처럼 "몰라도 살 수는 있지만, 없으면 삶이 불가능한" 이 학문의 재미를 더 많은 이와 공유하기 위해, 평생을 화학을 가르친 노(老)교수가 대중과 소통하며 구축한 공부비법과 노하우를 한 권에 담아낸 '미래의 화학 교과서'다. 네이버 교양 콘텐츠 서비스인 지식 백과에 연재한 '화학 산책'으로 누적 조회 수 1천만을 기록한 여인형 전 동국대 교수의 이 책은 우리가 매일 스마트폰을 충전기에 꽂을 때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생선회를 먹을 때 레몬 조각이 왜 같이 나오는지, 미용실에서 파마기와 약품으로 머리카락을 곱슬곱슬하게 만드는 원리는 무엇인지 등 우리가 일상에서 행하는 많은 일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화학에 대한 바른 이해를 얻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여인형 교수는 동국대 화학과에서 재직하며 연구 논문 70여 편을 국제 학술지에 발표한 학자이자 동국대 학술상과 명강의상, 대한화학회 전민제 화학인상을 받은 명강사다. 또한 그는 1999년부터 운영되어 온 독서 토론 모임 '과학 독서 아카데미'의 3대 회장을 지내는 등 대중에게 과학을 더 쉽고 널리 알리는 일에 헌신해 왔다.
특히 이 책은 기존 화학 교양서와는 전혀 다른 형식과 아이디어로 구성돼 있어 눈길이 간다. "왜 모든 길은 화학으로 통하며, 화학을 배워야 하는지" 설명하는 1장 '화학이란 무엇인가?', 우주 만물의 기본이 되는 원소 118개가 정리된 주기율표의 특징을 배우는 2장 '자연의 알파벳', 화학을 공부하고 이해하기 위한 기본 용어와 개념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 3장 '주요 개념', 물질을 구성하는 화학 결합의 종류와 특징을 설명하는 4장 '결합', 한 물질이 다른 물질로 변환되는 과정을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예들을 통해 안내하고 분류하는 5장 '반응'으로 구성돼 있다. 또한 물질을 만들고, 확인하고, 이해하는 실제 사례들을 살펴보는 6장 '합성과 분석', 화학물질이 변할 때 반드시 함께하는 에너지 변화를 알아보는 7장 '에너지', 화학물질의 특성을 나타내는 반응속도의 의미를 이해하는 8장 '반응 속도', 화학에서 실제 이뤄지는 다양한 계산을 직접 해 보는 9장 '계산 과정', 책을 읽는 미래의 화학자들이 도전할 무대를 정리한 10장 '미래의 화학'을 통해 저자의 화학 지식을 배울 수 있다. 특히 이 책의 내용 사이사이에는 저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독특한 암기법과 토막 지식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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