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억 칼럼] 의원 수 감축보다 특권 폐지가 우선

  • 김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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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22  |  수정 2024-01-22 07:06  |  발행일 2024-01-22 제22면
어느 때보다 정치개혁

목소리 높아

의원 정수 축소보다

특혜·특권 내려놓기가 우선

원 포인트 개헌도 필요

[김기억 칼럼] 의원 수 감축보다 특권 폐지가 우선
김기억 서울본부장

프랑스 계몽 사상가 루소는 "국민은 선거 때만 주인이고, 끝나면 노예다"라고 했다. 루소가 살았던 1700년대나 수백 년이 훌쩍 지난 지금이나 선출된 공직자를 바라보는 시각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듯하다. 그럼에도 다시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날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선거가 끝나도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이번에는 머슴을 제대로 뽑고, 바꿀 것은 제대로 바꾸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연일 정치개혁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회의원 정수 50명 감축, 불체포 특권 포기, 금고 이상 형 확정시 재판기간 세비 전액 반납, 출판기념회 금지 등. 여든 야든 국회의원들이야 내심 불만이겠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반기는 것들이다. 모든 일이 때가 있듯 정치개혁은 선거를 앞둔 지금이 최적기다. 머슴 행세를 하던 선량들이 주인 행세를 하기 전에 마무리해야 한다.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들에게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는 정치개혁을 기대하는 것은 희망 고문과도 같다. 선거 때마다 비슷한 메뉴로 정치개혁 움직임은 있었지만 늘 공염불에 그쳤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때보다 국민들의 정치 불신이 큰 만큼 정치개혁에 대한 욕구도 강해 정치개혁의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

우선 헌법 개정이 필요한 것들은 이번 총선에서 원 포인트 개헌을 하자. 가장 논란이 많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은 출마자들로부터 포기 각서를 받는다 하더라도 개헌을 통하지 않고서는 논란의 종지부를 찍을 수 없다. 민주당 의원 30여 명은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고, 국민의힘은 총선 출마후보자들에게 포기 각서를 받고 있는 만큼 여야가 불체포특권를 삭제한 헌법개정안을 발의해 이번 총선 때 국민투표에 부치면 된다. 이를 거부하는 정당은 총선에서 국민의 냉엄한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의원 정수는 현행 헌법에는 200인 이상으로 한다는 하한선만 정해놓고 있다. 의원 정수 역시 늘 논란의 대상이 돼 왔지만 사실 의원 정수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국회의원들에게 주어지는 수많은 특혜와 특권(과다한 세비, 보좌진 수, 정치 후원금 모금, 세비 외 의정 활동 지원비, 불체포와 면책 특권 등)을 없애거나 줄이는 것이 정치개혁의 핵심이다. 오죽하면 특권폐지당까지 등장했겠는가. 지난해 11월 창당한 특권폐지당(상임대표 장원장,공동대표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은 면책특권·불체포특권 포기, 국회의원 세비를 근로자 평균 임금으로 책정, 국회의원 후원금 제도 폐지, 국민소환제 도입, 국회의원 수 200명으로 축소 등을 내세웠다. 여기에 국회의원이 당선 무효형을 최종 선고 받으면 세비 전액을 반납하도록 하는 조항도 하나 더 보태자.

사실 특권폐지당의 요구에 국민들이 바라는 정치개혁의 대부분 내용이 담겼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실현시킬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를 국회의원들에게 맡기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방법은 있다. 지방의원들의 의정 활동비는 의정비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위원들은 모두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다. 여기에서는 의정비를 올리기도 하지만 깎기도 한다. 이처럼 국회의원 관련 각종 특혜나 특권을 국회의원이 아닌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회의원 세비 및 지원심의위원회(가칭)'에서 결정하도록 하면 된다. 이를 아예 헌법에 명시하도록 하자.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수준, 국가 및 지역사회 발전 기여도 등을 감안해 세비 등을 책정하면 된다.

정치개혁이 제대로 돼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국민이 주인으로 살 수 있다. 기회는 자주 오는 것도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지금이 바로 정치개혁의 최적기다.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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