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장바구니의 역습

  • 원선금 시각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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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23 07:51  |  수정 2024-01-23 07:54  |  발행일 2024-01-23 제17면

원선금
원선금<시각예술가>

현관문을 나설 때, 휴대가 편한 장바구니를 하나 집어 가방 속에 넣고 외출을 한다. 장바구니를 챙기지 않으면 비닐봉지나 쇼핑백 같은 포장재들을 구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형형색색의 장바구니들이 집안 곳곳에서 나타난다. 환경을 위해 만들어진 장바구니는 면천부터 합성섬유까지 소재와 크기가 다양하다. 그리고 장바구니가 나에게 오기까지의 경로들을 생각해보면, 디자인과 용도목적이 맞아서 구매한 것과 대형마트에서 경품으로 받은 것, 물건을 샀는데 담아갈 것이 없어 구매한 것, 주변에서 선물 받거나 물건을 전달받으면서 얻은 장바구니도 있다. 이리하여 장바구니만 어느새 20여 가지가 있다. 환경을 생각한다고 챙겼는데, 너무 많아졌다.

장바구니는 환경을 위한 비닐봉투의 대체품이다. 하지만 비닐봉투 역시도 종이봉투를 대신한 환경을 위한 아이디어 대체품이었다. 비닐봉투가 등장하기 전에는 종이봉투나 천을 이용하여 물건을 포장하였다. 하지만 종이봉투를 만들려면 나무를 베어야 하고, 이것 역시 환경을 파괴하는 과정이기에 비닐봉투의 등장은 환영을 받았다.

비닐봉투는 1950년대 중반, 미국의 기업 듀폰(DuPont)에서 폴리에틸렌(polyethylene)을 발견하고, 플라스틱 필름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비닐봉투의 개발이 시작되었다. 1960년대 중반에는 비닐봉투가 가볍고 강한 재질 그리고 저렴한 가격 때문에 상업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하면서, 모든 판매처에 사용되는 일회용품이 되었다. 종이봉투보다 여러 번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나, 과잉생산과 소비로 인해 일회용품처럼 사용되어 환경오염을 촉진시키고 있었다.

그리하여 비닐봉투로 인한 환경오염의 대안으로 장바구니가 등장하였다. 계속 쓸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제안을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 역시 과잉 생산과 소비가 어느새 비닐봉투의 예와 비슷하게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앞으로도 환경을 위한 대체품들이 등장하겠지만, 한 번만 사용한다면 처음의 의미는 없어지는 것이다. 오늘부터라도 장바구니들은 그만 받도록 하며, 집 안 곳곳에 숨어있는 장바구니와 비닐봉투들을 정리하여 현관에 배치하여 보자. 그리고 마음에 드는 장바구니 하나를 골라서 집을 나선다면, 환경을 위한 보람된 하루를 보내게 될 것이다.원선금<시각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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