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확대로 영세사업장 직격탄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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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23  |  수정 2024-01-23 07:04  |  발행일 2024-01-23 제23면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유예하는 개정안 통과에 빨간불이 켜졌다. 당초 예상과 달리 여야가 쟁점 사항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유예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조차 안 된 상태다. 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25일까지 시간은 조금 남았지만 유예안은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더불어민주당이 산업안전청 설립 등 무리한 요구 조건을 내걸며 사실상 유예 반대로 가닥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오는 27일부터 중대재해법이 그대로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법 적용을 받는 영세사업장의 80% 이상이 아무런 준비가 안 돼 있어 큰 혼란이 우려된다.

중대재해법 유예를 둘러싸고 경영계와 노동계는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22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중대재해법이 유예된 2년 동안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죽어 나갔다"며 즉각적인 법 시행을 주장했다. 물론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라는 노동계 요구는 잘못된 게 없다. 그렇지만 영세기업들의 현실적인 어려움도 외면받아선 안 된다. 전국에 50인 미만 사업장은 83만 곳이나 된다. 특히 대구는 중소기업 비중이 96%가 넘고, 이 중 대부분이 50인 이하다. 만약 이들 업체 대표가 중대재해법 처벌(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받으면 사업장 자체가 사라질 공산이 크다. 줄폐업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

중대재해법은 안 그래도 경기침체와 고금리에 허덕이는 영세사업자에겐 감당키 힘든 부담이다. 이런 상황에서 법을 강제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그럼에도 법 시행이 불가피하다면 계도기간을 둬 처벌을 유예하는 등 부작용 최소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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