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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무창 작가가 자신의 개인전이 진행 중인 윤선갤러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
"어떤 대상을 바라보며 감동을 받은 순간, 내가 느낀 아름다움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윤선갤러리는 오는 3월3일까지 한무창 작가의 개인전 'Moment'를 연다.
이번 전시에서 한 작가는 자신의 신작을 포함한 회화, 드로잉, 오브제 작업을 선보인다. 전시명 'Moment'는 한 작가가 작업의 모토로 삼고 있는 '순간' '우연' '낯섦'을 상징하며 순간 속에서 이뤄지는 인식의 변화와 감동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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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무창 'Moment' |
한 작가는 "평범하고 익숙한 곳 보다 낯선 공간에서의 경험이 '아름다움'이라는 감정을 불러일으킨다"고 했다. 그는 또 "기대했던 아름다움은 늘 새로운 공간에서 비롯됐다. 늘 낯선 장소의 풍경에서 새로운 발견을 하고 충격을 받는 것이 반복됐다. 처음에는 유학을 갔던 독일에서 느낀 낯섦이 그 원인이라 생각했지만, 이제는 모든 낯선 곳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독일에서 5~6년 동안 살다 귀국했을 때 인천공항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으니…."라며 자신의 작업 모티브에 대해 설명했다.
10여 년 간 지속된 한 작가의 회화는 도전적이며 본질에 집중하는 순수회화의 모습을 고집하고 있다. 올해 선보이는 신작은 색을 덜어내 공간을 확장하면서도 여전히 '공간'과 '선', '색'의 오묘한 관계성을 이끌어 낸다. 초반의 작품들이 신경질적으로 작가 스스로의 정체성 연구에 집중한 작업이었다면, 현재 그의 작업은 드로잉의 순수성과 인간미를 넘어 '빛'과 '자연'을 강조한다. 이번 신작에서는 한 작가의 행위를 증명할 수 있는 모든 부분이 빛과 반사, 또는 그림자를 통해 드러나며 움직이고 있다.
한 작가는 작업의 결과물이 아닌 과정에 집중해 왔다. 긁고 쓰는 행위로부터 나온 2000년대 초반의 작업에서 발전시킨 '스크레치 인테그로 페인팅(scratch-intagro painting)'은 나뭇가지로 땅을 긁어 그림을 그리던 어린 시절의 놀이 기법, 즉 음각의 형식적 표현을 뜻한다. 그의 작업은 하얀색 미디엄이나 종이에 선을 긋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작업 과정에서 보이지 않았던 선들은 색을 칠하거나 빛을 비추는 순간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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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무창 작가의 작품들이 윤선갤러리에 전시 중이다.<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
그가 경험한 낯선 순간의 아름다움은 대상의 본래 형태가 아닌 그 존재를 포괄할 수 있는 모습으로 변형돼 나타난다. 한 작가는 "낯섦이 주는 아름다움을 모두 담아낼 방법을 찾느라 많은 고민을 했다. 가장 정직하고 본능에 충실한 방법을 강구하다 보니 '선'을 찾게 됐다. 의도적이지 않은 행위가 가장 자연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업의 선들은 전혀 계획하지 않은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한 작가는 인위적으로 무언가를 배우고 습득한 학습의 결과가 작품에 나타나는 것을 극도로 원치 않는다. 그럴듯해 보이는 것 보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싶다는 철학이 그 바탕에 자리해 있다. 무언가를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순간, 담으려 하는 아름다움이 깨어진다는 것도 그 이유다. 한 작가는 "수많은 표현 방법 중 나에게 가장 맞는 것이 무엇이냐는 고민을 한 결과가 현재의 내 모습이다. 언제부터인지도 모를 어린 시절부터 낙서를 즐겨 했고, 특히 날카롭게 그어지는 선들이 너무 좋았다. 독일에서 송곳으로 드로잉을 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나만의 본질적인 면을 담아 선을 긋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이성적 행위가 아닌 본능에서 비롯되는 선을 그리려 했고 나만의 모습 그대로를 작품 속에 투영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끝으로 한 한 작가는 "(순간의 아름다움은)있다가고 없고, 없다가도 있다. 순간적 변화에 최대한 중점을 두고 싶었다. 내가 느낀 그 순간의 감동을 관람객들이 오롯이 전달받았으면 한다. 우리가 자연을 대하는 태도는, 전혀 분석적이지 않으며 현상을 직시하는 그 '순간'에 대한 감흥 그 자체다. 그것은 인간의 본성적인 시각적 인식 방법에서 비롯된다. 그 인간적 감흥은 찰나의 개념, 또는 그보다도 더 빠르게 인식되는 '시간에 대한 감동'일 것"이라고 밝혔다.
윤선갤러리 관계자는 "순간적으로 폭발하는 본능적인 행위에 몰두해 이뤄진 한 작가의 작업은 무작위적인 선의 표현부터 때로는 질서정연한 표현까지 자유롭고 다양한 형식들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김석모 미술평론가(솔올미술관장)는 "한무창 작가는 낯섦에 대한 미학적 화두를 우리에게 던져주었다. 미학적 긴장감을 풀고 의지와 조작 없는 그의 작품을 바라본다면 한 작가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무창 작가는 계명대 미술대학 서양화과와 동대학원 미술대학 교육대학원을 거쳐 독일 뉘른베르크 예술조형 미술대학 회화과와 동대학교 미술대학 조형미술과에서 마스터 과정을 이수했다. (053)766-8278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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