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버스전용차로' 승용차에 점령 제 기능 못한다

  • 이승엽,이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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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26  |  수정 2024-01-26 08:02  |  발행일 2024-01-26 제2면
통행위반 빈번 작년 8694건 적발

총구간 118㎞ 중 단속 5.8㎞ 뿐

전용차로 단절 많은 점도 문제

대구 버스전용차로 승용차에 점령 제 기능 못한다
25일 출근길 차량들이 대구 동구 화랑로 동구시장 앞 버스전용차로를 침범한 채 이동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25일 오전 8시쯤 대구 수성구 수성구청 앞 버스전용차로. 시내버스만 다닐 수 있는 차로를 뜻하는 푸른 점선이 무색하게 도로는 승용차에 점령당한 상태였다. 중·고교생 통근 차량, 학원 지입차량 등은 수시로 정차하며 버스를 가로막았다. 바로 위 무인 단속카메라가 있지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이들 차량을 피하려고 버스가 무리하게 차로 변경을 하는 위태로운 광경도 펼쳐졌다.

시내버스 기사 김모씨는 "우회전 일시 정지 제도 시행 이후 정체가 더 심해졌다. 시간 맞추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대구 버스전용차로가 유명무실화되고 있다. 운영 및 관리에 취약점을 드러내면서 출·퇴근길 시내버스 정시성 보장이라는 기존 취지는 퇴색된 지 오래다. 제 기능을 하려면 단속 강화와 함께 전면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5일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버스전용차로 통행 위반 적발 횟수는 모두 8천694건이다. 하루 평균 35건가량(주말·공휴일 제외) 적발된 셈이다. 이로 인한 과태료로 43억5천800여만 원이나 부과됐다.

현장의 우려는 더 컸다.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단속이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처럼 버스전용차로가 무력화된 근본적인 원인은 가로변 방식 때문이다. 현재 대구의 버스전용차로는 21개소 117.8㎞에 달한다. 이 중 극히 일부 구간(동대구역~뉴대구맨션 0.56㎞)을 제외한 전 구간이 우측 1차로만 버스 전용으로 활용하는 가로변 버스전용차로다. 서울의 경우 전체(197.8㎞)의 64.4%(127.4㎞)가 중앙버스전용차로다. 가로변 방식은 교차로 통과 시 진·출입 차량과 버스의 상충(서로 부딪힘)이 필연적이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우회전 일시 정지 제도도 차로 정체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버스 차로의 단절이 많은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전체 버스전용차로 21개소 중 10㎞ 이상 연결된 구간은 팔달로(태전교~원대오거리 10.4㎞) 1곳뿐이다. 대부분 20~30년 전 조성된 탓에 도로, 신호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지만, 단속은 무용지물이다. 전체 버스전용차로(117.8㎞) 중 단속 장비가 설치된 구간은 4.9%(5.8㎞)에 불과하다. 현재 대구시는 구간 단속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일정 거리(148~410m)를 두고 2개의 카메라가 설치돼 2곳에서 모두 위반해야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한 번 위반해도 골목으로 새거나, 주·정차하는 차량은 잡아내지 못한다. 단속 카메라가 설치된 곳도 이럴진대, 없는 나머지 95% 구간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남운환 대구버스운송사업조합 전무는 "전용차로 확대가 현실적으로 힘들다면, 급한 대로 버스에라도 불법 주·정차 및 주행을 단속할 수 있는 카메라를 설치해 달라"고 말했다.

나채운 대구시 버스운영과장은 "버스전용차로의 문제점은 파악하고 있다.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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