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잃어버릴 30년, 저출산·고령화의 늪

  •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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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29 07:01  |  수정 2024-01-29 07:02  |  발행일 2024-01-29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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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영 논설위원

일본 닛케이지수가 최근 3만5천~3만6천 선을 넘나들고 있다. 버블경제가 한창이던 1990년 이후 무려 34년 만이다. 물론, 고물가에 내수 회복도 미진한 상황이어서 일본 경제가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평가가 아직 이른 측면은 있다. 그러나 수출 중심의 대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외국인 투자가 증가하는 등 '잃어버린 30년'으로 통칭되는 긴 침체기를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경제는 어떤가. 불행하게도 잠재성장률 하락 등 30여 년 전 일본의 거품경제 붕괴 당시 상황과 많이 닮았다는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답습하지 않으려면 체질 개선과 함께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데 위정자들의 고민이나 위기의식은 항상 기대치를 밑돈다. 안일하기 그지없다.

곳곳이 지뢰밭이다. 여기저기서 적신호가 켜지고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현시점에서 국가미래는 잿빛이고 경제도 탄력을 잃은 지 꽤 됐다. 누가 봐도 예사롭지 않은 상황인데 권력 쟁탈 외엔 별다른 관심이 없다. 특히 올해는 오는 4월 총선이 예정돼 있어 민생은 한동안 구석에 처박혀 있을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늘 그렇듯 나라걱정은 언제나 국민들의 몫이다. 국가 차원에서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저출산이 심화되면 미래를 위한 선택지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민간부채가 심각한 수준으로 접어들었고 자본의 생산성마저 하락세라면 쓸 수 있는 카드는 극히 제한적이다. 고령화는 산술적 예측이 가능했음에도 불구, 대책이 변변치 못해 묵은 현안으로 남아 있다. 저출산의 경우 사회학자나 인구학자 등 전문가들이 오래전부터 줄기차게 알람을 울렸지만 결과적으로는 우이독경이었다.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2022년 3천674만명에서 2030년 3천417만명, 2040년 2천903만명으로 급감할 전망이다. 생산연령인구가 1% 줄어들 때마다 국내총생산(GDP)은 0.59%씩 줄어든다는 것이 한국경제연구원의 설명이다. 가장 아픈 지표는 합계출산율(한 여자가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다. 지난해 12월 뉴욕타임스는 칼럼을 통해 세계 최저 수준(2022년 0.78명)을 기록 중인 한국의 사례를 다루면서 '흑사병 창궐'로 인구가 급감한 14세기 중세 유럽을 소환, 비상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2024년에는 0.6명대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울한 예측도 나와 위기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급격한 인구감소는 생산·투자·소비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도미노의 첫 단계다. 어떻게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일부에서는 이미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비관하지만, 그래도 아직 손쓸 시간이 남아있다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오로지 권력 쟁취를 위한 끝 모를 편 가르기와 극단의 대결은 큰 틀에서 보면 무의미하다. 조개와 도요새의 싸움을 뜻하는 방휼지쟁(蚌鷸之爭)의 승자는 조개도, 도요새도 아닌 어부였다. 아이를 낳으라고 강요하거나 일정 금액 또는 혜택 등을 앞세우는 따위의 대책은 하수 중의 하수가 택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여·야가 인구증가를 위한 대책의 방향과 질을 두고 지금처럼 가열하게 싸운다면 없던 해법이 나타날지도 모를 일이다. 성장동력이 꺼지면 시쳇말로 말짱 도루묵이다.

장준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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