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한동훈의 셀카

  • 박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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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02 06:47  |  수정 2024-02-02 08:56  |  발행일 2024-02-02 제26면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셀카'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어퍼컷처럼 한 위원장에겐 셀카가 상징적 액션이다.

윤 대통령은 2022년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시절 '어퍼컷' 퍼포먼스를 펼쳤다. 20년 전인 2002년 월드컵을 이끌어 4강 신화를 이룬 히딩크 감독을 떠올리게 했다. 히딩크 감독의 어퍼컷이 국민을 열광시킨 것처럼 윤석열의 어퍼컷도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았다.

한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이 되기 전인 지난해 11월 대구를 방문한 당시 한 법무부 장관은 지지자들과 많은 셀카를 남겼다. 사인을 해주며 지지자의 휴대전화로 직접 셀카를 찍느라 열차를 놓치기도 했다. 이렇게 지지자와 함께한 게 3시간. 국민의힘 충북도당을 찾은 지난달 4일에도 비슷한 풍경을 보였다. 또 애플의 아이폰을 사용하는 한 위원장이 인재로 영입한 삼성전자 고동진 전 사장과는 미리 준비한 삼성 갤럭시 휴대전화로 셀카를 찍으며 상징을 부여하기도 했다.

한 비대위원장의 셀카 행보가 공격받기도 한다. 지지자의 자녀와 셀카를 찍으면서는 '아동학대'라는 가짜뉴스가 돌았다. 최근 김철근 개혁신당 사무총장은 CPBC 라디오 '김혜영의 뉴스공감'에서 "셀카 찍는다고 그렇게 한다고 해서 민심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역시 2022년 대선 기간 중 '사진 찍고 싶으면 말씀 주세요'라는 후드티셔츠를 만들어 입고 다녔다.

국민의힘 인사들도 한 위원장과 함께 한 컷에 담기고 싶은 모양새다. 한 위원장이 지지자들과 사진을 찍는 것은 '동료시민'과의 작은 연대일지도 모른다. 한 위원장과의 투 샷은 여당 인사들에겐 보통 인증샷을 넘어 미리 확보해야 할 소중한 준비물일지도 모른다. 그 사진들은 곧 플래카드와 선거 포스터의 일부로 쓰이지 않을까 싶다.

이런 와중에 최근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불화설·사퇴요구설 등이 언급됐다. 봉합국면을 보이지만 여권 총선 출마자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친윤(親尹)으로 어필해야 할까 친한(親韓)으로 어필해야 할까.

휴대전화의 카메라 기능이 날로 발전하면서 사진은 흔해졌다. 그럼에도 사진은 개인에게 소중한 추억이다. 아니, 사진이 흔해져서 잘나가는 사람과의 투 샷은 너도 나도 지참해야 하는 필수품이 된 걸까. 누군가에겐 추억이 되고 누군가에겐 홍보수단이 된다. 어떨까, 한동훈과의 사진은. 이 사진들, 남겨야 할 자료일까 숨겨야 할 약점일까.
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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