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수사 원칙' 임금 체불, 대구지법은 정작 영장 기각

  • 김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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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08  |  수정 2024-02-08 07:26  |  발행일 2024-02-08 제2면
최근 대구서 발생한 임금체불 사업주 영장 기각

지난해 임금 체불액 1조7천845억, 역대 최고치

법조계 "법원, 노동부 악의적인 기준 달라 발생"
구속수사 원칙 임금 체불, 대구지법은 정작 영장 기각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오른쪽)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9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임금 체불 근절 관련 고용노동부ㆍ법무부 합동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1. 대구지역 공동주택 신축 공사 현장 4곳에서 철근콘크리트 공사를 하도급받아 진행하던 A(61) 씨는 지난 2022년 11월 직원 784명의 임금 약 18억6천만원을 체불했다. 대구고용노동청으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대구지검은 지난달 25일 A씨에 대해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A씨가 원청으로부터 기성금을 지급 받고도 피해 직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 임금체불범죄 양형 가중사유인 '악의적인 미지급'에 해당한다고 봤다. 하지만 법원은 'A씨가 범행을 자백했고,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2. 대구 달서구에서 요양병원을 개원한 B(55) 씨는 지난 2020년부터 근로자 94명의 임금 약 9억7천500만원을 체불했다. 노동청 조사 결과, B 씨는 약 4년 동안 총 132건의 진정·고소 사건이 접수돼 현재 형사재판을 받는 중 또다시 임금을 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청은 지난 2일 B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B 씨가 범행을 자백하고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설을 앞두고 정부가 임금 체불 근절을 위해 악의적·상습적 체불 사업주에 대해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겠다'고 천명했지만, 정작 법원은 영장 기각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검찰과 고용노동부 대구서부지청에 따르면 법원은 최근 임금 체불 사업주 2명에 대한 3차례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정부가 발표한 '악의적인 임금 체불 사업자에 대한 구속 수사 원칙'과 정면 배치되는 결과다.

임금 체불 금액은 지난해 역대 최고치인 1조7천84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1조3천472억원) 대비 32.5%(4천373억원) 증가한 규모다.

정부는 급증한 임금 체불 사범에 대해 엄정 대응 방침을 정했다. 고용노동부와 법무부는 지난해 9월 악의적이고 상습적인 체불 사업주는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는 내용의 '임금 체불 근절을 위한 대국민 담화문'을 공동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해 임금 체불 사범에 대한 구속 수사 건수는 총 10건으로 2022년(3건)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대구지법은 올 들어 체불 임금 사업주에 대한 구속 영장을 연이어 기각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법원과 노동부가 판단하는 '악의적인'의 기준이 달라 발생하는 의견 차이"라며 "실제로 구속 수사로 이어지는 비율이 낮더라도 정부의 '악의적인 임금 체불 사범에 대한 구속 수사 원칙'은 임금체불 근절을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악의적인 임금체불 사범에 대해 검찰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엄정 대응한다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도 변함이 없다"고 했다.
김태강기자 tk1163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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