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은 '헌혈보릿고개'…영남일보 기자의 헌혈 체험기

  • 김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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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21 15:39  |  수정 2024-02-21 16:16  |  발행일 2024-02-21
20일 기준 전국 혈액보유량 4.4일, 적정보유량(5일)보다 낮아

대구경북 3.7일, 주변 대형병원 분포 많아 수요 많기 때문

헌혈 해보니 25분만에 끝나…기념품보단 보람이 더 커

"중장년층, 기업·공공기관 등 단체 헌혈 절실"
겨울철은 헌혈보릿고개…영남일보 기자의 헌혈 체험기
20일 오후 대구 중구의 헌혈의집 동성로 센터 대기실이 평소보다 한적하다.
겨울철은 헌혈보릿고개…영남일보 기자의 헌혈 체험기
20일 오후 대구 중구 헌혈의집 동성로센터에서 영남일보 취재진이 직접 헌혈을 하고 있다.
겨울철은 헌혈보릿고개…영남일보 기자의 헌혈 체험기
헌혈 후 받은 영화 관람권 2장과 비타민. 일반 헌혈자는 헌혈 시 헌혈 기부권, 문화상품권, 영화관람권, 편의점 교환권, 커피 교환권, 세븐틴 포토카드. 외식 상품권 중 2개를 선택해 받을 수 있다.

20일 오후 1시 대구 중구 헌혈의집 동성로 센터. 사람이 많이 찾을 시간대지만 평소보다 한적했다. 대기실엔 5명의 헌혈 대기자가 조용히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헌혈의집 입구엔 오늘의 예약자 36명의 명단이 게시돼 있었다. '딩동' 벨이 울리자 한두 명씩 일어나 문진실로 걸어갔다. 이곳에서 만난 자원봉사자 A씨는 "이 정도면 평소 점심시간 때보다 적은 편이다. 하루 평균 40명 이상 예약자가 있는데 최근 들어 줄었다"고 말했다.

겨울을 맞아 대구경북은 물론 전국적으로 헌혈보유량이 줄어 혈액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헌혈의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학생들의 방학과 추운 날씨 등으로 수혈 인구가 줄어드는 탓인데, 시민들의 적극적인 헌혈 참여가 요구된다. 이에 영남일보 취재진이 원활한 혈액 수급과 헌혈 홍보를 위해 직접 현장에서 헌혈에 동참해 봤다.

가장 먼저 전자 문진실에서 문진표를 작성했다. 태블릿을 통해 감염병, 금지약물 복용, 최근 해외 방문 여부 등을 확인했다. 최근 4개월 이내 해외여행을 다녀왔거나 국내외 말라리아 관련 헌혈 제한지역을 방문한 경우 헌혈이 불가하다. 아무런 이상이 없던 기자는 바로 일반 대기자로 등록했다. '레드커넥트' 앱으로 예약하면 일반 대기자보다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이어 문진실에서 간호사와 대면 문진을 진행했다. 혈압을 잰 뒤 손가락 채혈을 통해 헤모글로빈 수치를 검사했다. 전혈의 경우 헤모글로빈 수치가 12.5 이상, 혈장과 혈소판일 경우 12.0 이상이어야 헌혈이 가능하다. 이날 기자의 헤모글로빈 수치는 15.1로 전혈을 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개인 정보가 담긴 종이 팔찌를 받은 후 대기실에서 차례를 기다렸다. 5분 정도가 지나고 헌혈 자리에 앉았다. 원활한 채혈을 위해 손바닥으로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라는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움직였다. 알코올 솜으로 왼팔 채혈 부위를 소독하고 1초간 따끔한 순간이 지나자, 투명한 튜브에 붉은색 피가 차올랐다. 약 7분간 400㎖의 채혈이 끝나고 8분간 자리에서 채혈 부위를 지혈했다. 이후 다시 대기실에서 10분간 지혈했다. 채혈을 시작한 지 약 25분 만에 모든 과정이 끝났다.

헌혈 후 기념품으로 영화표 2장과 비타민 1개를 받았다. 일반 헌혈자는 헌혈 시 헌혈 기부권·문화상품권·영화관람권·편의점 교환권·커피 교환권·세븐틴 포토카드·외식 상품권 중 2개를 선택해 받을 수 있다. 기자는 여러 차례 헌혈자로 비타민도 받았다. 기념품보단 헌혈을 통해 생명을 살릴 수 있단 보람이 더 컸다.

대구경북혈액원에 따르면 이날 자정 기준 혈액 보유량은 3.7일로 적정보유량인 5.0일은 물론 전국 평균(4.4일)보다도 적었다. 대구경북은 혈액원 주변에 대형병원 분포율이 높아 혈액 보유량이 줄곧 전국 평균을 밑돈다. 수혈자 요구가 타 혈액형에 비해 많은 A형과 O형의 혈액 보유량은 각각 2.6일과 2.5일로 심각한 수준이다.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전년 대비 헌혈자가 늘었다는 것. 지난 19일까지 대구경북혈액원 헌혈실적은 3만44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만8천482명에 비해 6.8% 증가했다. 또 꾸준히 헌혈에 참여하는 인원도 혈액 수급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이날 헌혈의집에서 만난 이동수(69)씨는 42년 동안 220번 헌혈을 한 다회 헌혈자다. 이씨는 "헌혈 가능 연령인 만 70세까지 2개월을 앞두고 있다. 남은 2개월 동안 2~3차례 더 헌혈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대구경북혈액원 관계자는 "겨울철만 되면 매년 '헌혈 보릿고개'를 겪고 있다"며 "10대, 20대는 물론 중장년층의 헌혈 참여도 적극 부탁한다. 기업체·공무원·공공기관 단체장들도 단체 헌혈에 관심을 가져 많은 단체에서 헌혈에 동참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글·사진=김태강기자 tk1163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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