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지키는 의사들 "'강대 강'대치가 아닌 소통 통해 해결됐으면"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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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21 18:35  |  수정 2024-03-13 15:46  |  발행일 2024-02-22
"심정적으로 이해하지만, 현장 떠난 것에 아쉽다"
의료 공백 지적하는 여론에 답답함을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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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해 전공의들이 근무를 중단한지 이틀째인 21일 대구 중구 한 2차 병원 의료진이 땀에 젖은 옷을 입고 수술실로 이동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정부의 의과대 정원 증원에 반발한 대구지역 7곳 수련병원 전공이 700여명이 이틀째 이탈하면서 현장을 지키는 의사들의 고충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전공의 이탈이 장기화 하면 피로도 누적 등으로 인해 지역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21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공의 이탈 현실화에 대구지역 수련병원은 기존 인력으로 공백을 메우고자 비상 진료 체계를 구축했다. 일선 교수와 전임의(펠로) 등이 묵묵히 전공의들이 떠난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이들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병원마다 비응급 수술 일정 최소화, 경증 환자 조기 퇴원 또는 전원 조치, 진료 접수 선별 등을 통해 업무는 줄였지만, 현장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한 대학병원 응급실은 전공의 대신 전임의 1명이 상주하며 환자를 돌보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로도가 커지면 업무 과부하가 불가피한 실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대병원 A 전임의는 "의사마다 생각이 다르다. 다만 현재 근무하는 의사는 국민과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라며 "변호사 등 일부 직업이 그랬던 것처럼 향후 10년 후 경쟁에서 밀려나는 것을 걱정하는 의사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와 의사들이 '강대 강'대치가 아닌 소통을 통해 이번 일을 잘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영남대병원 B 의사는 "솔직히 일선 전공의들의 마음도 이해는 한다"면서도 "의사로서 책임을 저버리고 현장을 떠난 것에 대해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어제, 오늘 출근해 이틀째 환자를 보고 있는데, 점심도 걸렀다.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이라며 "심적으로 이해는 가지만, 남은 의료진 입장에선 힘들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계명대 동산병원 C 의사는 "MZ 세대인 전공의는 기성세대와 생각이 전혀 다르다. 예전에는 집단 행동 후엔 다시 복귀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며 "더 늦기 전에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비필수 진료과인 D 의사는 "업무량이 늘긴 했다. 하지만 아직은 버틸만한 수준"이라며 "다만 바이탈과(내과·외과·소아과·산부인과 등)는 업무 과중이 아주 심각해 보인다"고 귀뜀했다. 이어 그는 "2020년 이후 어렵게 시작한 집단행동인 만큼, 끝장을 보지 않으면 끝내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많다"며 "모든 것을 의료진 책임으로 돌리는 분위기에서 의사로서 자괴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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