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미래 포항의 운명을 짊어져야 할 '포씨 3형제'

  • 마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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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28 07:02  |  수정 2024-02-28 07:04  |  발행일 2024-02-28 제26면
浦氏삼형제 역할론, 공감 얻어
포항시, 제2영일만 기적 꿈꿔
포스코, 지역사회와 관계 복원
포스텍, 제2건학 프로젝트 추진
삼형제, 상생해야 포항 재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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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창성 동부지역본부장

최근 포항에서는 김성근 포스텍 총장의 '포씨삼형제론(浦氏三兄弟論)'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지난해 말 '포항의 미래'라는 주제로 개최된 한 포럼에서 이 이야기를 처음 꺼냈다. 이후 지역사회에서 공감이 확산됐고 포스코그룹의 새 회장이 내정된 뒤 더욱 설득력을 얻으면서 자주 회자되고 있다. '포씨삼형제'는 '포항시'를 비롯해 '포스코(포항제철)'와 '포스텍(포항공과대학)'을 가리킨다. 김 총장은 포항에는 '포항시' '포스코' '포스텍'이라는 삼 형제가 살고 있으며, 장남은 1949년 시(市)로 승격된 포항시, 둘째는 포스코(1968년 창립) 그리고 막내는 포스텍(1986년 설립)이라 칭했다.

큰 형님인 '포항시'는 시민들의 삶과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다. 또 둘째인 '포스코'는 돈을 벌어서 지역에 기여하는 글로벌기업 역할을 하고 있으며 '포스텍'은 두 형의 배려 속에서 성장한 국내 '빅5' 대학으로 포씨 가문의 미래를 책임지는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포씨삼형제론'은 삼 형제가 힘을 합쳐야 포항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는 현실을 명쾌하게 표현하고 있다. 너무나 간결하고 함축적이어서 이의를 제기할 포항사람은 없을 것 같다. 인구가 50만명 아래로 떨어져 위기를 맞고 있는 포항의 재도약을 실현할 수 있는 주체가 이들 삼 형제라는 것이다. 김 총장은 삼 형제가 포항의 부흥뿐 아니라 지방붕괴 또는 지방소멸의 저지선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6·25전쟁 당시 포항이 낙동강 방어선의 최후 보루 역할을 한 역사적 사실이 소환된다.

지난해 7월 '2차전지 특화단지'에 선정된 포항은 요즘 '철강도시+2차전지도시'로 탈바꿈하면서 '제2의 영일만 기적'을 꿈꾸고 있다. 실제로 에코프로 등 지난해 7조4억원 규모의 역대 최고 투자유치 실적을 일궈내면서 기대에 한껏 부응하고 있다. 지금은 포스텍 의대 설립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줄어드는 인구가 제일 큰 걱정거리로 다가오고 있다. 둘째 형인 포스코는 2022년 태풍 힌남노 침수피해를 성공적으로 복구했지만 중국발 철강제품 공급과잉과 국내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다.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2차전지도 전기차 수요 둔화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재계 순위 5인 포스코그룹은 삼성·현대·LG·SK 등의 4대 그룹과 달리 본사를 포항에 두고 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지역사회와 다소 불편한 관계에 있다. 포스코에서 잔뼈가 굵은 전직 포스코 사장이 새 회장으로 내정된 만큼 그에게는 하루빨리 맏형과 상생을 도모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져 있다.

막내인 포스텍은 최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향후 10년간 1조2천억원에 이르는 투자계획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대학 역사상 최대 규모이며 매년 1천2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국내외 석학을 초빙하고 연구환경을 대폭 개선해 세계적 대학으로 키우겠다는 것이 목표다. 제2의 건학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김 총장의 각오는 남다르다. 그는 "이 돈을 받고 망치면 대역죄인이 된다"는 말로 비장함을 표현했다. 포항제철소 건립 당시 '실패하면 영일만에 몸을 던지겠다'던 박태준 포스코그룹 창업자의 우향우(右向右) 정신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포씨삼형제'는 화려하고 활기찼던 시절의 영광을 다시금 누리고 싶은 포항시민들의 염원에 반드시 화답할 수 있도록 명심해야 한다.

마창성 동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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