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해파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치실질·헌혈·단식…장수에 관한 유용한 조언

  • 임훈
  • |
  • 입력 2024-03-01 08:44  |  수정 2024-03-01 08:46  |  발행일 2024-03-01 제17면
적당한 스트레스가 주는 몸의 활력
小食=장수, 설치류 연구 결과일 뿐

1318140143
'해파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세월의 무게를 덜어주는 경이로운 노화 과학에 대해 이야기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불멸의 비법을 찾아 나서는 것은 한때 돌팔이 의사와 모험가의 몫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과학이 발달하면서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 건강히 오래 사는 비결에 가까이 다가서게 되었다. 과연 과학은 노화 방지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어떤 것이 장수에 도움이 되며, 우리는 건강히 오래 살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덴마크의 분자생물학자 니클라스 브렌보르(Nicklas Brendborg)는 지구촌 외딴곳을 지나 최첨단 연구실에 이르는 생물학 여행을 떠난다. 그린란드상어, 미국사시나무, 벌거숭이두더지쥐 등 자연계의 장수 기록 보유자들을 만나 이들의 생명 연장 비결을 살펴보는가 하면, 노화 연구의 최신 동향과 성과를 전하며 수명 연장이라는 과제를 다방면으로 탐구한다. 치실질의 중요성, 헌혈의 효과, 단식의 원리 등 장수에 관해 기억할 만한 사실들과 유용한 조언도 담았다. 자칫 복잡하고 심각해질 수 있는 '노화'라는 주제를 경쾌하게 안내하는 이 책은 26개국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2024022901000878500035502
니클라스 브렌보르 지음/배동근 옮김/북트리거/344쪽/1만8천500원

먼저 브렌보르는 자연계에서 탐색을 시작해 종에 따라 제각각인 노화의 양상을 살펴본다. 이 책의 제목에도 등장하는 어떤 해파리 종은 성체였다가 미성체 상태인 폴립(polyp) 단계로 되돌아갈 수 있는데, 이런 과정을 무한 반복할 수 있다. 인간세계도 다르지 않다. 백세인이 유별나게 많이 사는 장수촌인 '블루존(Blue Zone)'을 들여다보면 얼마나 오래 사느냐에 따라 인간끼리의 차이가 엄연히 존재함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이 같은 인간의 수명 격차를 '유전 대 환경'이라는 고전적 틀로 분석하며, 수명에 대한 두 가지 요인의 공헌도를 따져본다. 수명의 격차는 유전 탓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전의 영향은 20~30%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는 환경의 영향이다. 다시 말해 장수 문제는 자신이 하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이 책은 진화생물학의 관점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면서 노화 현상에 대한 근본적 이해의 틀을 제공한다.

노화 경로와 수명 연장에 대한 실험의 성과도 폭넓게 담아냈다. 적당한 스트레스가 오히려 몸에 활력을 준다는 호르메시스 효과 등 다양한 사례를 아우르며 이들의 사례가 수명 연장과 어떤 식으로 연결되는지 하나의 이야기가 되도록 꿰어낸다.

브렌보르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노화 방지의 비법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검토한다. 흔히 장수의 비법으로 알려진 소식(小食)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열량 제한 조치를 취하면 이들은 일반적으로 평소보다 20~40% 더 오래 산다"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이는 설치류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일뿐더러 비슷한 수준의 식이요법을 자발적으로 시도한 인간들은 기운이 빠지고 피로하며, 체온이 떨어지는걸 느꼈다는 사실도 꼬집는다.

이 책의 저자 니클라스 브렌보르는 현재 덴마크 코펜하겐대학 보건의료과학 대학원의 '기초 및 임상 근골격학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해 노화 중 발생하는 근육-뇌 신호 전달 경로의 혼선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학생 시절부터 대중을 상대로 한 글쓰기에 관심을 가져서 2015년 '최고의 학생(Top Student)'을 공저로 출간하고, 2019년 '슈퍼트렌즈(Supertrends)'의 집필에 참여했다.

'해파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브렌보르의 첫 단독 저서로, 인류의 오랜 꿈이자 생명과학의 주요 난제인 노화 극복을 향한 과학의 온갖 시행착오를 담고 있다. 그는 모든 질병의 가장 큰 위험요인이 노화라는 점에 주목해 생명체의 노화 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이 주제를 탐구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임훈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