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찍어내기 NO, 당내 경선만이 정당공천의 정통성 높여

  • 논설실
  • |
  • 입력 2024-03-04 07:00  |  수정 2024-03-04 07:01  |  발행일 2024-03-04 제23면

4·10 총선 공천이 마무리 단계에 들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 공천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보다 상대적으로 체계적이라는 것이 대체적 평가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주창한 시스템 공천은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정당의 후보 공천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정착돼야 하는지 일종의 전형(典型)을 보여주고 있다.

당장 TK(대구경북)만 하더라도 현역 의원들이 잇따라 확정되면서 감동 없는 공천이란 지적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경선 탈락자들이 속출했다. 따지고 보면 그 결과에는 모두 이유가 있다. 현역이 이긴 지역은 다른 예비후보들의 신언서판(身言書判)이 열세이거나 갑자기 출마해 지역민과 부대낀 흔적이 없다는 약점이 치명적이었다. 반대로 대구 달서구병의 권영진 전 대구시장과 중구-남구의 도태우 변호사는 이미 과거 선거에서 유권자의 검증 과정이 있었고, 또 상대 현역의원 못지않은 인지도를 보유했다는 점이 주효했다. 포항남구-울릉도 다수 후보에게 경선 기회를 주고 결선까지 가는 다소 긴 과정이 시민 주목도를 높였다. 이는 4년 뒤 공천과정에서도 반드시 기억해야 할 부분이다.

선진 정치에서 정당 공천은 본선 못지않게 체계적이고 경쟁적으로 치러진다. 주로 당원투표로 결정되지만 한국적 현실에서는 여기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원과 여론조사를 적절히 섞은 당내 경선은 시민 참여도를 높이고 결과의 정통성을 살리는 시스템으로, 현재로서는 수긍할 만한 차선책이다. 당내 실력자, 권력자가 배후에 어른거리는 찍어내기 공천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당원과 선거구민이 결정권자이다. 유권자 시민의 판단을 믿고, 경선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그런 토대하에서 공천 규칙을 꾸준히 진화시키는 것이 한국 정당정치 발전을 한걸음 당기는 길이 될 것이다.

기자 이미지

논설실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