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대구경북産 '메기'는 어떨까요

  •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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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04 07:00  |  수정 2024-03-04 07:01  |  발행일 2024-03-04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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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영 논설위원

미꾸라지를 운송할 때 메기 한 마리를 넣으면 미꾸라지는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도망 다니기 바쁘다. 상황이 해제될 때까지 살기 위해 몸부림을 치기 때문에 도착해서도 생기를 유지한다. 이를 경영에 접목시킨 것이 흔히 말하는 '메기효과(Catfish Effect)'다. 만만찮은 상대가 출현했을 때 기존 기업들은 경쟁력 유지와 함께 시장에서의 지위를 잃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를 쓴다. 건전한 경쟁은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이고 득이 되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친다. 품질 및 서비스 개선이나 가격 인하 등이 그렇다. 담합보다 경쟁이 바람직한 이유는 차고 넘친다. 특히 해당 분야가 철옹성 같은 구도를 꽤 오래 형성해 왔다면 메기의 등장은 새롭고 신선하다. 업계엔 긴장감을 불어넣고 소비자들에겐 선택지가 넓어지는 효과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은행권에 '메기'를 투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민들이 보다 낮은 비용으로 더 나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은행권 경쟁을 촉진하는 한편, 은행권 수익구조와 수익활용 전반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다양한 검토를 통해 마련된 방안 가운데 하나가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다. 은행업의 핵심은 예금과 대출이다. 전체 은행권 대출·예금의 70% 정도는 전국 영업망을 가진 5대 시중은행이 차지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과점적 구조 아래 코로나로 늘어난 대출 규모를 기반으로 역대 최고의 수익을 달성했고 상당 부분을 성과급이나 배당으로 지급했다. 자본확충·벤처투자 등 미래를 위한 활용이나 국민들께 환원하는 부분이 기대치 이하라는 게 금융당국의 곱지 않은 시각이다. 또 비슷한 금리나 상품을 팔고 있어 국민들이 실질적 경쟁효과를 체감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 등이 신규 플레이어의 진입 허용을 공식화한 배경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취지에 화답한 것은 대구은행이다. 현재로선 유일하다. 전국 최초의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은 금융위원회 발표 10여 일 만에 '시중은행 전환 TFT'를 구성할 정도로 발 빠르게 대응했다. 은행산업을 언제든지 경쟁자가 진입할 수 있는 경합시장으로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마땅하고 시대정신에도 부합한다. 이와 관련된 명시적인 규정이 은행법령에 없고 과거 사례도 전무하기 때문에 당국의 심사숙고는 당연하다. 조만간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심사는 엄격·투명하고 철저하게 진행돼야 한다. 다만, 정부가 먼저 방침을 천명하면서 강한 추진 의지를 수차례 보인 만큼 빠른 결론을 내는 것도 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요소가 된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되면 대구경북으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전국구 영업이 가능해지면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 자금공급 확대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가 실현될뿐 아니라 대구은행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된다. 이는 지난해 11~12월 대구상의와 포항상의가 밝힌 입장과도 결을 같이한다. 대구은행 측은 일부에서 우려하는 본점 이전이나 지역 홀대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한다. 최근 제4대 DGB금융그룹 회장으로 내정된 황병우 대구은행장은 지난해 1월 행장 취임 직후 시중은행 전환 밑그림을 그렸다. 대구경북을 본거지로 하는 '은행권 메기'를 자처하면서 새로운 활력을 모색하려는 그의 승부수가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지 궁금하다.

장준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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