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문화예술지원금, 독이 안 되려면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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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06 06:57  |  수정 2024-03-22 07:07  |  발행일 2024-03-06 제26면
지원사업은 예술인에 단비
지역문화 발전 기여는 의문
사후 평가에 관심 가져야
지원금 집행도 점검 필요
예술인들의 태도도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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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애 문화부 선임기자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은 지난달 말 지역 문화예술지원 사업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한 해 중 지역 문화·예술·관광의 컨트롤타워인 대구문화예술진흥원에 지역 예술인과 예술단체의 관심이 가장 쏠리는 순간이다. 매년 연초 지역 예술인들은 올해 펼치게 될 활동을 위해 관련 서류를 작성해 이 사업 공모에 지원한다. 이밖에 지자체의 지원으로 공연을 만드는 예술인들도 있고, 좀 더 발 빠른 이들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비롯한 중앙의 문화기관을 통해 지원을 받기도 한다.

중앙·지역 문화 기관의 지원 사업은 수도권보다 작업 환경이 좋지 않은 지역 예술인들에게는 특히 단비와도 같다. 특히 코로나19로 공연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던 때에는 그 역할을 톡톡히 했다.

공모로 진행되는 사업은 선정 결과를 놓고 논란이 일기도 한다. 특히 과거에는 사업 선정 결과 발표를 놓고 불공정성 시비가 자주 일었다. 기자도 이러한 문제를 지면을 통해 여러 차례 지적하기도 했다. 공모가 아니어도 해당 예술단체의 선정 과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최근에는 제도 개선이 조금씩 이뤄지며 불공정성 시비는 과거에 비하면 많이 해소되긴 한 것 같다. 다만 객관적인 평가가 어려운 예술의 특성상 그런 논란의 우려는 여전하다.

심사 문제 외에 중앙·지역 문화기관의 지원사업과 관련된 공연을 볼 때마다 늘 묻게 되는 질문이 있다. "지원 사업으로 무대에 오른 작품이 지역 문화 발전에 기여하는가"라는 것이다.

기자가 지원 사업으로 진행된 공연을 여러 차례 보면서 발견한 공통점이 있다. 지역 소재로 작품을 만들어 지역 문화 진흥에 대한 명분은 가져간다. 하지만 그 명분을 넘어서지 못하는 공연에 그친다는 것이다. 오히려 지원사업에 맞춰 작품을 만들다 보니, 연극·뮤지컬과 같은 작품의 경우 이야기 자체가 매우 인위적으로 만들어진다. 그런 이유로 하고 싶은 작품을 하지 못한다며 지원사업에 지원 자체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예술인들도 있다.

몇몇 예술인·예술단체들은 스스로 고민하지 않고 '우선 지원받고 보자'라는 생각으로 작품에 임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일부 단체의 경우, 이전에 자신이 무대에 올린 작품과 유사한 형태로 작품을 만들어 가며 사실상 '자기 복제'를 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작품의 완성도는 더 높아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떨어지기도 한다. 이는 지역 문화 발전에 보탬이 되지 않기도 하지만, 지역 예술인·예술단체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이런 공연에 가보면 순수 공연 애호가보다는 지인, 동료 예술인들이 객석 대부분을 채우는 경우가 많다. 이렇기에 지원사업으로 무대에 오른 작품 중 실제 관객에게 인정받는 작품은 드물다.

심사 과정의 공정성에 대한 보완은 여러 차례 이뤄진 만큼 이제 중앙·지역 문화기관 모두 지원 후 사후 평가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지원금이 제대로 집행됐는지, 실제 예술인·예술단체가 지원사업을 통해 성장했는지를 평가해 지원 사업의 취지를 살리는 데 노력해야 한다. 예술인에게는 창작활동에 대한 간섭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세금으로 이뤄지는 지원사업이기에 이러한 절차는 당연히 필요하다. 예술인·예술단체가 지원사업을 바라보는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 지원 사업을 지원하기 전 자신의 창작 활동에 도움이 되는지를 우선순위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최미애 문화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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