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윤 칼럼] D-30 다섯 장면

  • 이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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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08 06:58  |  수정 2024-03-08 06:58  |  발행일 2024-03-08 제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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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하나. 한동훈이 이재명에게 TV 토론을 제안했다. "원하는 시간, 원하는 방송사에서 김어준 사회도 상관없다"는 도발적 제안이다. 대통령은 감추고 '이재명 vs 한동훈' 구도로 선거에 임할 의도다. 이재명 사법 리스크를 이슈화하면서 정권 심판론을 무력화하는 양수겸장의 수다. 제안은 거절됐다. 되받아친 '정청래-김건희 1대 1 토론'은 설익은 장난기가 다분하다. 조국이 숟가락을 얹었다. 한동훈 만남을 요청했다. "따님 입시 비리 11개가 모두 무혐의 처리된 것에 관해 물을 것"이라 했다. 민주당의 표적은 분명하다. 숨은 대통령을 여하히 재소환해 국정 심판대에 올려놓는 일이다. 과연 '정권 심판론'이 다시 작동할까. 곡돌사신(曲突徙薪), 화를 막기 위해 아궁이 근처 나무를 이미 딴 곳으로 옮긴 뒤다. 그렇다고 정권심판론이 사라진 건 아니다. 후보들은 한동훈과 찍은 사진을 더 선호한다. 예전만 못하지만 '정권 심판론'은 여전히 총선 제1 승부처다.

둘. "160석"이라 호언한 후보를 엄중 경고한 한동훈, 공천 반발에 "탈당하든 입당하든 자유"라고 한 이재명. 오만하면 진다. 공천 국면에선 '갈등 관리'가 중요한데 '나갈 테면 나가라'는 식으로 아픈 곳을 헤집으면 어떡하나. 보수조차 한동훈이 꺼낸 '운동권 청산'을 이재명이 앞장서고 있다고 빈정댄다. 탈당파가 박빙의 지역에서 3자 구도를 만들면 민주당은 필패다. 임종석 잔류로 한숨 돌렸지만 바닥은 멀었다.

셋. 이재명이 마주한 '조국신당' 고차방정식. 거리를 두던 민주당이 입장을 선회했다. 조국신당 지지율이 예사롭지 않다. 최고 21.0%까지 떴다.(미디어토마토·5일) 두 사람이 만나 "윤 정부 심판에 한 뜻"이라 외쳤다. 시너지가 클까 리스크가 클까. 조국 신당의 존재는 윤(尹)도 싫고 이(李)도 싫어 투표를 포기할 사람들을 투표소로 향하게 한다. 예기치 않은 변수다. 이재명 가고 조국 온다? 대체재로서, 미래권력으로서 입지 하기엔 조국의 강이 간단치 않다.

넷. '의대 증원'에 국민 80% 가까이 찬성하더라도, 이게 국정 수행 '긍정' 평가 이유 1위에 등극한 건 뜻밖이다. 기존 1위 '외교 안보'를 2배 차 이상 따돌렸다. 화물연대 파업 때 그랬다. 2022년 8월 24%까지 떨어진 대통령 지지율이 12월 36%까지 올랐다.(한국갤럽) 작금의 변화도 경이롭다. 한 달 만에 29%(2월)→39%(3월)로 치솟았다. 후퇴 없는 전진? 피해가 국민 개개인의 것이 되는 순간 모든 게 달라진다. 국민 고통을 담보로 한 호재는 지속적이지 않다. 리스크가 큰 모험을 선거 앞두고 마냥 즐길 수 없다.

다섯. 대선 후 24개월 이전 선거 모두 여당이 승리했다. 이번엔 '3년 차' 마법이 걸렸다. 25개월 차 총선. 2년 차에 가까운 3년 차다. 이 정도면 여당 밀어주기 여론이 작동한다. '국힘 상승' '민주 하락'은 부정할 수 없는 추세다. 강서구청장 보선도 여론조사와 달랐다고? '개딸'의 공상이다. 다만 주목할 게 있다. 중도층 여론이다.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에서 중도층의 긍정 응답은 20%대, 부정 60%대가 오랫동안 유지한다. 중도층, 청년층에서의 지지율 반향 부재가 상승 고점에 제동을 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리얼미터 분석)

4년 전 선거 당시 5% 내 승패가 난 게 40곳, 10% 내는 39곳이었다. 79곳이 10% 미만으로 명암이 갈렸다는 의미다. 남은 한 달, 10% 정도는 왔다 갔다 할 넉넉한 시간이다. 선거는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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