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퇴임하는 김태오 DGB금융 회장, 기억하는 이들 많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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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12 06:55  |  수정 2024-03-12 06:57  |  발행일 2024-03-12 제23면

DGB금융지주 김태오(69) 회장이 6년의 재임기간을 뒤로 하고 이달 말 퇴임한다. 2018년 5월 외부 영입 케이스로 지주 회장에 발탁된 그는 DGB 금융그룹을 한 차원 도약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룹 주축인 대구은행은 오래전부터 대구를 대표하는 기업이자 독보적인 지역 금융기관이었지만, 근년 들어 금융그룹의 격에 맞게 패러다임을 바꾼 데는 김 회장의 리더십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는 것이 정평이다. 그는 취임 직후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하고, 산하 계열사인 자산운용 및 캐피털사의 양적 질적 팽창을 주도하면서 은행 중심의 DGB그룹을 국내 최고의 지방 금융그룹이란 반석에 올려놓았다. 디지털화에도 앞장서 'IM뱅크'란 걸출한 금융 앱도 탄생시켰다.

물론 산고(産苦)가 없지는 않았다. 지역민의 절대적 신뢰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을 비롯해 금융 소외집단에서는 지역 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높이라는 요구가 상존했고, 그룹 내부적으로는 해외진출 과정에서 진통을 겪었다. 그런 도전들을 헤쳐나가면서 그룹의 대표사인 대구은행은 이제 역대 지방은행 최초로 전국구 은행인 '시중은행' 진출을 목전에 두고 있다. 수도권이 경제를 장악한 대한민국 현실에서 볼 때 대구에 발판을 둔 기업의 전국적 진출이란 관점에서 보면 실로 오랜만에 접하는 경이로운 장면인 셈이다. 그 배경에 김태오 회장의 비전과 역할을 배척할 수는 없을 것이다.

김 회장은 영남일보 인터뷰(11일자)에서 "결국 조직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닌 방향성"이라고 했다. 기업을 비롯, 어떠한 조직체든 리더의 비전과 철학은 그 조직이 갈 목표를 정하고 그게 조직의 사활을 결정한다는 의미이다. 숱한 중소기업들이 포진한 대구경북의 산업계에도 울림을 주는 지적이다. 그의 아름다운 퇴장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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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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