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공사비 증가와 아파트 매수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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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18 07:01  |  수정 2024-03-18 06:57  |  발행일 2024-03-18 제22면
아파트 공급 원가 계속 상승
공사 감독 강화로 공기 연장
"지금이 매수 적기" 우세에도
치솟은 가격 벽에 대출 부담
선택 기로 실수요자들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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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희 정경부 차장

올해 대구 부동산 시장 경기는 작년만큼 힘겨울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 풍경도 한쪽에선 할인분양이, 다른 쪽에선 입주나 신규 분양 등 각양각색의 모습이 상존하고 있다. 말 그대로 '혼돈의 시장'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기자가 만난 복수의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은 "사실 자금 여력이 되는 수요자라면 현 상황이 아파트 매수 적기로 판단된다"며 "마피(마이너스피)나 할인해서 파는 단지의 경우 매수해야 하는 시점이다. 입주 아파트를 노려라"고 했다. 건설사·금융기관·시행사들은 어렵지만 매수자에게는 집 사기 좋은 시절이라는 것이 부연 설명으로 따라붙기도 했다.

이들이 이렇게 말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공사원가 상승'이다. 아파트 공급 원가 상승으로 앞으로는 현재의 마피나 할인분양 가격에 신규 아파트를 매입하기 어렵다는 것.

실제로 최근 입주하는 아파트는 3~4년 전 분양가의 사업장으로, 당시에는 공사비가 현재보다 크게 낮았다. 대구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원재잿값·인건비 등 공사비가 2021년 하반기에 비해 약 35% 상승했다.

그 여파로 전국적으로 정비사업 현장에서 공사비로 적잖이 갈등을 빚는 단지들이 증가하고 있다. 건설 원자재와 인건비 등이 오른 데다 중대재해처벌법 영향으로 안전요소가 부쩍 강화되면서 공사비가 크게 상승했다. 시공사들은 예전에 계약했던 공사비로는 도저히 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며 공사 중단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대구에서도 이전에 평당 공사비 400만원대에 계약했던 사업장에서 공사비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요즘은 사정이 더 악화됐다. 공사비가 평당 600만원 중·후반대까지 치솟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앞으로는 신축 아파트에 대해 엄격한 층간소음 기준이 적용되고, 부실공사에 대한 관리 감독도 까다로워져 향후 공사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 이는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개연성이 높다.

신축 아파트 공사 원가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땅값이 낮아질 가능성이 적고 인건비도 내릴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에 향후 신축 아파트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하에 입주 아파트나 분양권에 관심을 나타내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물론 공사비 상승은 실수요자에게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국민들의 살림살이는 팍팍해지고 아파트값이 내렸다고는 하지만 이미 큰 폭의 상승 이후의 하락이다. 상당수 수요자들에게 아파트 가격은 여전히 높은 벽이다. 게다가 대구는 고용 여건이 좋지 않아 매수력이 있는 수요도 제한적이다. 이에 더해 부동산 시장은 대출 금리와 정부 정책,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 변수들이 다양하다.

선택의 기로에 선 매수자들의 고민은 크다. 특히 이전 집값 급상승기에 이른바 '벼락 거지'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던 실수요자들은 좋은 매수 기회를 놓칠까 봐 전전긍긍한다. 또 한편으론 고금리 장기화 국면에서 대출 이자를 갚느라 삶의 질이 추락할까 봐 걱정하며 매수를 저울질하기도 한다.

어차피 매수 결정은 매수자의 몫이다. 이래저래 머리가 복잡한 형편이지만 그럴수록 신중하게 잘 판단할 필요가 있다.박주희 정경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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