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윤 칼럼] TK, 또 잡은 물고기 신세인가

  • 이재윤
  • |
  • 입력 2024-03-22 06:59  |  수정 2024-03-22 07:00  |  발행일 2024-03-22 제27면

2024032101000691100028931
이재윤 (논설위원)

#초장 끗발 파장 맷감= 공식 선거기간 개시(28일)도 전에 대구경북은 조기 개점휴업에 들어갔다. 본선 같은 공천 싸움이 끝난 탓이다. 수도권·PK·충청권에선 하루가 다르게 지지율이 출렁이는데, TK 25개 선거구 중 한두 곳 빼곤 다 '빼박'이니 흥행 실패를 피할 수 없다.

국민의힘의 TK 공천을 평한다면 '초장 끗발 파장 맷감'이다. 지역구 국회의원 25명 중 9명이 탈락했다. 교체율 36%, 역대 최소 폭이다. 직전 총선 교체율 64%에 크게 밑돈다. 경선 16곳 중 12곳에서 현역이 이겼다. 현역 불패 공식이 깨진 건 단 4곳. 뚜껑 열기 전엔 '역대급 교체' 공포감이 팽배했다. '90% 물갈이설'까지 돌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특이 상황'을 만든 제1 원인은 '김건희 특검법'이다. 현역 의원을 최대한 추슬러 표 단속할 필요가 있었을 터이다. 10명 중 3, 4명꼴 생존이 힘든 대구경북에서 재공천이란 좁은 문을 대거 통과한 TK 의원들은 김건희 여사에게 엎드려 절이라도 해야 한다. 대구의 3선 이상 중진, 경북의 재선 의원 모두 생존했다. 다 '영부인 덕'이다. 대통령실 출신 중 경선을 거쳐 공천장을 거머쥔 후보는 단 1명. 그게 '김건희 특검법' 때문인 건 역설적이다. 물갈이 갈증이 있었지만 '조용한 공천'은 대체로 후한 평가는 받았다. 뒤가 말썽이었다. 막판 내리꽂다시피 한 3, 4개 선거구의 물갈이는 특검법 부결 후 '국민추천 프로젝트'란 그럴싸한 이름으로 단행됐다. 뒷간 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달랐던 걸까. 명칭의 모호함 속에 공관위 측근, 서울 TK 내리꽂기 꼼수가 숨어 있었다. 목적한 바를 다 이룬 후의 일탈이 비겁했다.

#공천 끝, 총선 파장= 선거는 정점을 향해 치닫는데, 대구경북은 파장 분위기다. 선거 사이클의 괴이한 불일치는 TK의 고질적 핸디캡이다. 신줏단지 모시듯 매번 '묻지마 투표'로 지역민 무시 공천을 자초했으니 누굴 탓하겠는가. 물갈이가 문제? 실은 어장의 난부(爛腐)가 심각하다. 자업자득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다. 자부심 가득했던 '보수의 심장'은 그걸 교묘히 부추기는 이들에 의해 '보수의 섬'으로 고립 중이다. '컬러풀(colorful)'도, '파워풀(powerful)'도 가슴만 뛰게 할 뿐 한갓 신기루. "무슨 공당의 공천이 호떡 뒤집기 판인가"(홍준표 대구시장)라고 힐책해도 모두 데면데면하고 처연한 척이다.

#TK 공약 실종= 열기가 식은 곳, 잡은 물고기만 득실대는 곳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TK 공약 실종'이 반복되는 이유다. 이번도 같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어제 대구와 경산을 찾았지만, 특별한 정책이나 공약을 내놨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대구에서 "저의 정치적 출생지"라 추켜세웠던 게 새해 벽두, 두 달이 훌쩍 넘었다. '심장'이고 '텃밭'보다 '격전지'가 더 중했을 터이다. 홍 시장의 일침에는 불편한 심기가 읽힌다. "중요 국가정책 발표는 하나도 없고 새털처럼 가볍게 처신하면서 매일 하는 쇼는 셀카 찍는 일뿐이니 그리해서 선거 되겠나."

연애 시절 달달했던 남녀가 결혼 후 왜 싸우고 냉랭해지겠나? 독점 때문이다. 경쟁이 사라진 거다. 격전지 수도권, 부산에선 선심 공약이 쏟아지는데, 역대급 조용한 텃밭 본선에선 공약이 사라졌다. 정치적 독점의 폐해다. 텃밭이라 지나쳐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역차별당해서도 안 된다.

논설위원

기자 이미지

이재윤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